트럼프 주니어 "러시아와 클린턴 거래 정보 있다" 귀띔받고 "좋다"며 적극 회동
러시아 측 이메일 "러시아 정부의 트럼프 지원 일부…민감한 고급정보"
野 "반역죄" 공세 강화…주류 언론도 '스모킹건·게임체인저' 거론하며 반색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 인사들과 회동에 앞서 교환한 이메일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완벽하게 투명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달아 러시아 변호사와 자신의 회동을 주선한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리인(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복수의 이메일 대화 내용 전체를 공개했다.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골드스톤은 실제로 러시아 정부가 당시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려는 의도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러시아와 거래를 했다'는 추문을 담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이 정보를 보유한 러시아 인사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트럼프 주니어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러시아 인사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보를 보유한 사람과 접촉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언론과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직접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오히려 유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역죄'까지 거론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메일 공개를 통해 논란을 여기에서 털고 가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여론은 더욱 악화하는 형국이다.
특히 실체 없는 의혹만 가득했던 공방 차원의 논란이 대통령의 가족까지 직접 개입된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계획적인 내통 시도로 비화하면서 미 정국은 다시 러시아 스캔들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첨예하게 각을 세워온 CNN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들이 이날 공개된 이메일 내용을 '내통 의혹'의 실증적 증거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이메일 교환 이후 러시아 변호사와의 만남에 당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던 폴 매너포트와 매제인 재러드 쿠슈너까지 대동한 것은 내통 시도의 '고의성'과 '계획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 내용이 러시아 정부의 미 대선 개입 사실을 확증해주는 증거인 동시에, 트럼프 주니어가 아버지의 당선을 돕고자 러시아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빌리려 한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로 비판해온 CNN은 긴급뉴스를 통해 "이메일은 트럼프 주니어가 클린턴의 추문에 대한 민감한 고급정보를 취득하려고 러시아 정부 변호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전달했다"고 분석했고, WP는 "법적인 '게임 체인저(국면을 바꾸는 결정적 요소)'"라고 했다.
증거 부족에 허덕이던 민주당도 이번 이메일 공개를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 공모 의혹을 입증할 호기로 보고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클린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였던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수사 내용상 러시아 스캔들은 이제 단순한 사법 방해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위증과 허위 진술, 심지어 반역 혐의로까지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은 트럼프 주니어가 접촉한 러시아인들이 '러시아 정부와 직결된 믿을 수 있는 인사'라는 전제가 성립돼야만 하는 것이어서, 다소 성급한 희망 사항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남의 이메일 공개에 성명을 내고 "투명성에 갈채를 보낸다"고 엄호했다. 또 "내 아들은 수준 높은 사람"이라고도 치켜세웠다.
앞서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 대화에서 골드스톤은 지난달 3일 "에민이 전화를 걸어와 매우 흥미로운 것을 가지고 당신과 접촉해보라고 했다"면서 "러시아 검사가 에민의 아버지인 아라스를 오늘 아침 만나 이렇게 제의했다. 트럼프 캠프에 힐러리, 그리고 힐러리와 러시아의 거래에 죄를 덮어씌울 수 있는 공식 문서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의 아버지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분명히 매우 민감한 고급정보이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에민과 아라스 부자는 모스크바의 부동산 개발업체 경영자로, 트럼프 주니어와는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트럼프 그룹 주최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후원할 때 만난 인연이 있다.
골드스톤은 또 "러시아 정부 변호사"가 이런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 변호사를 만나볼 것을 제의했다.
이는 실제로 지난해 6월 9일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던 러시아 여성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를 지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주니어는 "그 말이 맞는다면 후일 여름에 (접촉해 정보를 듣는 것이) 좋다"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다만 "먼저 다음 주 내가 돌아와서 전화로 먼저 얘기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후 트럼프 주니어의 이메일에는 이 변호사를 트럼프타워에서 만나고자 정확한 약속 시간을 잡으려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며 낸 성명에서 "그들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는 '정치적 스캔들에 대한 정보'로 생각했다"면서 "처음엔 전화만 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여자(베셀니츠카야)는 스스로 공표했듯 정부 관료가 아니었다"면서 "그 여자는 제공할 정보가 없었고, 입양과 '마그니츠키법'에 대해 논의하길 원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그날 회동(내용)은 모두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것이었고, 나는 실제로 그것 때문에 불안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주니어는 이메일 공개 이후 논란이 더욱 확산하자 트위터에 다시 글을 올려 "오늘날 좌파는 미국이 책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성공하는 것보다 고통받고 실패하는 것을 보려 하는 듯해 슬프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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