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이 클린턴 타격 정보 건네받고자 러 변호사와 만난 정황 확인
WP "트럼프캠프 수뇌부, 러시아 도움 열망 가장 구체적 증거 공개"
NBC방송은 '범죄 입증·기소' 쉽지 않다는 쪽에 무게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기어이 나온 것인가?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6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를 건네받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변호사를 만났다는 특종보도를 잇따라 터뜨린 뒤 이 회동의 성격을 뒷받침하는 '이메일 대화'가 공개됐다.
공개한 이는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자신. 그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이 만남을 주선한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홍보담당자인 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이메일 대화를 전격 공개했다.
다각적 법률검토 끝에 나온 '정면 돌파'로 여겨지는 행보다. 하지만 대화 내용만 봐서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그가 러시아 변호사이자 정관계 로비스트인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를 러시아 정부 관련 변호사라고 인식하고 만난 점, 회동의 목적이 클린턴에게 타격을 줄 정보를 건네받기 위한 점이라는 게 이들 메일에서 더욱 명백해진 탓이다.
이메일의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 "힐러리와 러시아의 거래를 유죄로 만들 공식적인 문서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 그것은 당신 아버지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골드스톤의 언급이 그런 대목이다.
당장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 대화는 그가 아버지의 대선운동을 위해 적대적 국가의 정부로부터 직접 정보를 건네받기 위해 그 모임에 나가는 것을 이해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캠프 최고위 참모들이 대선 운동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얻기를 열망했음을 시사하는 지금까지 가장 구체적인 증거가 공개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의혹인 트럼프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의 '내통'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 '스모킹건'이 드디어 나왔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정부를 위해 활동한 제프리 자코보비츠 변호사는 WP에 "스모킹건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와의 공모에서 '리걸 라인'(법적인 한계)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공모'는 정치적 용어이며 미 형법에는 단순히 외국 적대세력과 공모한 사실만으로 기소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훼손할 목적으로 외국 적대세력과 음모를 꾸몄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자코보비츠 변호사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을 보면 그런 수준까지 양측의 결탁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외국 적대세력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한 음모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NBC방송은 법률전문가 등을 인용해 베셀니츠카야가 러시아 정부를 대변한다거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건넸더라도 기소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변호사를 지낸 아미 제프리스는 이 방송에 "범죄 입증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며 "공모는 잘못된 일이지만 범죄라고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에 국가비밀을 제공하는 것을 간첩 행위로 간주하는 외국대행사등록법(FARA)은 외국 정부나 정당을 위해 로비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사전에 법무부에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대선캠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외국 정보를 받는 것까지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2010년 연방대법원이 반부패 법률과 관련해 내놓은 판결에서는 뇌물과 리베이트가 오간 경우에만 '공모'를 범죄로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좀처럼 기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라고 NBC방송은 지적했다.
NBC방송은 결론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의 회동이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회의를 보이면서 "오히려 FBI에 거짓말하거나 공모를 덮으려 하는 행위가 범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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