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역사 MLB에도 은퇴한 선수 7명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의 각종 개인 기록 1위는 대부분 영광 또는 불명예 둘 중 하나다.
'몸에 맞는 공'(사구)은 예외다.
출루한다는 점에서 안타나 볼넷과 다르지 않지만, 자칫 병원 신세를 지고 선수 생활 단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은 되도록 사구를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런 사구를 프로 생활을 하며 200번이나 경험한 선수가 있다.
SK 와이번스가 자랑하는 홈런 타자 최정(30)이 그 주인공이다.
최정의 통산 200번째 몸맞는 공은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가 맞붙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나왔다.
최정은 팀이 2-1로 앞선 채 맞은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LG 선발투수 임찬규가 던진 공에 왼쪽 팔뚝을 맞았다.
그는 통증 때문에 잠깐 인상을 찌푸리더니 1루로 가서는 익숙하다는 듯 1루수 정성훈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최정은 공에 몸을 맞을 때마다 KBO리그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해 4월 사구 167개를 기록, 박경완(전 SK·166개)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이후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0개는 KBO리그보다 규모가 훨씬 큰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려봐도 엄청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 중에는 사구 200개를 경험한 선수가 없다. 약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0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7명뿐이다.
투수의 제구력이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던 탓인지, 7명 가운데 3명이 메이저리그 역사 초창기인 1800년대에 선수 생활을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최정은 왜 유독 이렇게 자주 맞는 것일까.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최정은 공을 오래 본다"며 "피할 수 있는 공도 오래 보려다 보니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맞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정이 투수로서 피하고 싶은 타자라는 점도 영향이 있다.
지난해 공동 홈런왕인 최정은 올해 지금까지 30개의 홈런을 때려 이 부문 단독 선두다.
투수로서는 자칫 크게 한 방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공을 몸쪽에 바짝 붙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사구로 연결되기도 한다.
KBO리그 첫 200번째 사구로 출루한 최정은 후속 타자의 적시타로 리그 통산 29번째 800득점을 기록했다.
최정의 사구는 이처럼 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두산 베어스에서는 국가대표 포수인 양의지와 외야수 민병헌이 사구의 희생양이 돼 전력에서 이탈한 바 있다.
최정은 "아직 크게 다치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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