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임상춘 작가 존재감 과시…김지원 괄목할만한 성장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내가 서 있는 여기가 메이저 아니겠냐."
그거 한번 듣기 좋은 소리다. 폭염 끝 소나기처럼 씩씩하고 당차다. 반갑고 고맙다.
KBS 2TV 월화극 '쌈, 마이웨이'가 낮 동안 쌓인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싱그러운 모습으로 마무리하며 11일 퇴장했다.
아직은 체력이 좋아 몇대 맞아도 끄떡없고, 소화력이 좋아 뭐 좀 잘못 먹어도 별 탈이 없는 20대 청춘의 이야기는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피어오르게 했다.
마지막회 전국 시청률은 13.8%(이하 닐슨코리아), 수도권 시청률은 14.4%로 집계됐다. 자체 최고 기록이다.
같은 시간 경쟁한 MBC TV '파수꾼'은 9.3%-10.2%, SBS TV '엽기적인 그녀'는 7.7%-8.7%를 각각 기록했다.
'쌈, 마이웨이'를 통해 신예 임상춘 작가는 존재감을 과시했고, 여주인공 김지원은 배우로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박서준, 안재홍, 송하윤도 자기 몫을 확실히 하며 싱그러운 청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 가진 것 하나 없는 청춘이라 좋았다
재벌 2세도 없고, 특전사 대위도, 외계인도 없었다. 대신 '지지리 궁상맞은' 청춘들이 자리했다. 환상적인 판타지가 없는 드라마가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쌈, 마이웨이'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자신의 체급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는 데 성공했다. 가진 자들의 '꽃놀이'를 택하지 않고, 없는 자들의 깡과 열정, 작지만 당찬 꿈을 그리면서도 내내 10~13%의 시청률을 유지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보증금 400만 원에 월세 20만원을 내며 근근이 사는 청춘들에게 드라마틱한 성공기나 반전은 없었다. 출생의 비밀이 등장했지만 20여년 만에 등장한 엄마는 빚이 수억이란다.
드라마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저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일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연성이 높은 이야기를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열패감에 빠지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가슴 속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안겨줬다. 자신의 처지를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남들이 뭐 먹는지 안 궁금해" "내가 서 있는 여기가 메이저 아니겠냐"며 가슴을 쭉 펴는 20대 남녀는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 살아있는 캐릭터와 에피소드
TV에 나오는 화려한 아나운서를 꿈꿨지만 백화점 안내원으로 살아야 하는 여주인공 '최애라'를 비롯해 주인공 4인방은 현실감이 높은 캐릭터였다. 드라마는 이들 네 명의 캐릭터와 사연이 땅에 발을 딛고 서 있게 그려냈다.
오래된 연인들의 권태와 위기, 가족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 등은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시청자는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시청자 개개인이 홀로 자신의 상황을 곱씹어보게 만드는 시간을 안겨줬다.
그러면서도 드라마는 적당한 신파와 스릴, 반전이라는 유인책을 통해 다큐가 아닌 이야기로서의 매력을 발산했다. 4부작 '백희가 돌아왔다'로 깜짝 돌풍을 일으켰던 임상춘 작가는 '쌈, 마이웨이'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히 알리며 미니시리즈 작가 대열에 당당히 안착했다.
지난해 '태양의 후예'로 부상한 김지원은 '최애라'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박서준은 멜로가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고, 안재홍과 송하윤은 차분하고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극을 꽉 차게 만들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