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분석…주택 외지인 '원정 거래'도 늘어
하반기 주택시장은 안정세 예상…전국 매매가 0.3%↑, 상반기보다 둔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상반기 상대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서울, 부산 아파트값이 지난달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저금리로 인해 투자수요가 늘면서 외지인의 주택 구입도 상반기에 전국적으로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이 12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 동향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기준시점 2010년 10월)는 1.61로, 직전 고점이었던 2008년 9월(1.57) 지수를 넘어섰다.
강남권 재건축 가격 상승과 강북 도심권의 고가 아파트 입주 증가 및 가격 상승 등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는 지난달 기준 전세가격 지수도 1.98로 역대 최고가까지 올랐다. 지난해와 올해 전세 시장이 비교적 안정돼 있지만 전세 물량의 월세 전환 등으로 가격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못지않게 강세를 보인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 지수도 각각 1.68, 1.7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산지역 역시 최근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가격 상승 폭이 커졌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5월에 지수 1.71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지수도 지난달 최고가(1.58)를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6월 기준 수도권의 매매가격지수가 1.53으로 직전 고점인 2008년 9월(1.54)의 99.53%에 그쳤으나 부산, 광주의 강세로 5대 광역시의 지수가 역대 최고가(1.65)까지 오른 영향이다.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올해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주택을 구입한 외지인의 거래 비중은 작년보다 증가했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늘면서 개발 호재나 상품 가치가 있는 다른 인기지역에 투자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올해 4월 기준 수도권내 주택을 산 사람 가운데 외지인의 거래 비중은 지난해 동기간 22%에서 올해는 23%로 늘었다. 또 지방의 외지인 거래 비중은 작년 20%에서 올해는 22%로 증가했다.
상반기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은 내지인(해당 지역 거주자)의 거래가 전체 거래의 80%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외지인의 거래 비중이 작년 17%에서 올해는 19%로 확대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 거주자들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단지나 서울 도심권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채미옥 원장은 "외지인 매입 비율이 늘었다는 것은 투자목적의 수요가 증가했고, 시장이 그만큼 호황기였다는 의미"라며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시세차익을 원하는 갭투자와 전문적인 프로그램 투자(프로그램을 돌리며 시세를 분석하고 장기 시세를 예측해 투자하는 것)가 증가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채 원장은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서울 주택시장도 주택보급률이 98% 수준으로 높은 편이고 실수요자들만 놓고 본다면 주택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수요 유입이 가격 상승폭을 높였다"고 말했다.
감정원은 올해 하반기 주택시장은 상반기보다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새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과 금리 인상 가능성,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공급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주택 매매가격은 0.3%(수도권 0.4%, 지방 0.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상반기 0.5% 오른 것에 비해 상승 폭이 둔화하는 것이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수도권 1.1%, 지방 0.5% 등 평균 0.7%의 상승을 점쳤다.
채미옥 원장은 "6·19부동산 대책과 다음 달 발표될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금융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매매시장은 대체로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은 입주물량 증가로 전국적으로 하반기 0.2% 오르면서 상반기(0.4%)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감정원은 이와 함께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의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조치가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된 서울 강남 4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감정원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2월까지 넉 달간 서울 강남 4구의 아파트값이 평균 0.236% 하락했다.
그러나 당시 전매제한 기간이 1년6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았던 서울 강북 4개 구(성동·서대문·강서·동대문구)는 이 기간 집값이 0.016% 오르고 과천, 성남지역은 각각 0.043%, 0.013% 떨어지는데 그치는 등 정책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채미옥 원장은 "올해 2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정책의 효과가 미치는 시기는 짧았지만 전매제한 규제 강화가 주택 가격 안정에 단기적으로 영향은 있었다"며 "효과적 규제를 위해 전매거래량과 가격 등을 추가로 분석해 분양권 전매제한을 지금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 원장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맞춤형 핀셋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원장은 "갭투자 등 투자수요를 막기 위해 보유세를 일정부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참여정부에서는 보유세와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같이 강화하면서 이후 주택시장이 마비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보유세만 인상할 경우 시장 거래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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