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세력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3년간 하락을 거듭했던 위안화를 안정시키는데 부심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지지에 힘입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2.2% 오른 상태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끊임없이 하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향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세력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부채에 의존하는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경제 성장률이 하반기에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연히 위안화가 약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 중국이 자본 해외 유출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음에도 해외자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도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들이다.
인민은행은 역내 외환시장에서 매일 거래 개시 15분 전에 환율을 고시하고 실제 거래는 고시환율의 상하 2% 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실제 시세가 고시 값보다 약세로 출발하고 있는 경우가 잦아지는 모습이다.
위안화는 지난 5월 18일 고시된 가치보다 0.4% 낮은 선에서 거래를 마감한 이후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인민은행은 5월말 국유 은행들에 위안화를 사고 달러를 팔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민은행의 개입 효과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위안화는 6월에 들어서도 거의 내내 고시환율보다 약세로 마감됐다.
6월말 인민은행이 소폭의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지만 7월에도 약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위안화는 최근 29거래일 가운데 25거래일 동안 고시된 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0일과 11일의 종가는 각각 고시된 가치보다 0.1%와 0.02% 낮은 것이었다.
상하이의 한 지방은행 외환 트레이더는 "경제 둔화 전망과 우리가 축적한 금융 리스크가 여전히 머리 위를 맴돌고 있는 만큼 인민은행이 개입을 중단할 경우에는 위안화를 하락시킬 큰 압력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업자들은 위안화의 안정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시중은행의 외화 예금이 사상 최대인 7천790억 달러로 집계됐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외화 예금이 이처럼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많은 중국 대기업들이 달러화를 위안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선전의 한 게임기 수출업체 최고경영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중국은 수출 확대를 위해 위안화를 절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 변동이 강달러라는 장기 추세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모두가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내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줄다리기는 지금까지 주로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세력과 싸워왔던 인민은행에는 또 다른 부담을 안기는 셈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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