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서 올해 55건 적발, 이달 15일부터 한 달 집중단속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휴일이던 지난 9일 속리산국립공원의 칠보산 기슭을 순찰하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에게 라면을 끊이던 한 무리의 남녀가 발견됐다.
산악회 회원이라는 이들은 인적이 뜸한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휴대용 버너로 물을 끓이는 중이었다.
국립공원에서는 원칙적으로 화기 소지나 불 피우는 게 금지돼 있다.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공단 측은 자연공원법을 적용해 이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했다.
속리산은 2009년까지 화양계곡 야영장 등에서 부분적으로 취사가 허용됐지만, 지금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여름철 계곡 주변서 삼겹살을 굽거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라면을 끓이는 행위 등이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오랜 홍보와 단속에도 이 같은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름이 되면 계절병처럼 기승을 부린다.
속리산사무소는 피서철인 작년 7월 16일부터 한 달 동안 무려 176건의 불법·무질서 행위를 적발했다. 이 중 119건(67.6%)이 취사 관련이고, 야영이나 샛길 출입, 흡연, 식물 채취, 애완견 동반 등이 뒤를 이었다.
단속 현장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위반자들이 '규정을 몰랐다'거나 '아직 불을 붙이지 않았다'고 발뺌하면서 단속반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단속현장에서 위반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부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지만, 행락질서 확립 차원에서 예외 없이 단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소는 올해도 이달 15일부터 불법·무질서 행위 집중단속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만수·선유·화양·쌍곡계곡 등에서 불을 피우거나 야영, 샛길을 출입하는 행위 등이 중점 단속 대상이다.
대신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탐방객에게는 영화관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는 '그린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도 함께 시행한다.
주재우 속리산사무소 자연보전과장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탐방객 모두의 협조와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올해 피서철에는 한 단계 성숙해진 탐방문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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