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속 산림생물 피난처로 주목…국립수목원 "관련 분야 연구 확대할 것"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강원도 정선군의 '풍혈'(얼음골)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포착했다.
12일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이 장면은 덥고 습한 산바람이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풍혈의 바위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를 갑자기 만나면서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 갑자기 냉장고를 열었을 때 일시적으로 안개가 발생하는 현상과 같다.
풍혈은 크고 작은 돌들이 깔린 산비탈과 그 지하에 저장됐던 냉기가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발생하는 독특한 기상학적 현상이다.
일 년 내내 일정한 온도의 바람이 불어, 여름에는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국립수목원은 과거 한랭했던 시기 육상 식물의 피난처로서 풍혈의 기능에 주목하고 이 현상과 식물의 변화 과정을 꾸준히 연구한다.
풍혈도 식생 천이와 같이 자연이 변화하는 과정의 일부이며 장소별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풍혈의 시원한 환경은 최근 들어 뜨거워지는 우리나라 기후에 수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일반 식물들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뚝지치, 월귤, 흰인가목, 참골담초 등 한랭한 북부 또는 고산 지역에서 주로 관찰되는 자생식물들이 낮은 해발 고도의 풍혈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풍혈 주변은 일반 지역보다 꽃이 피는 시기 또는 열매를 맺는 시기 등에 변이가 많아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이가 많아질수록 종자 산포 시기, 식물을 이용하는 곤충 등 야생 동물이 방문할 수 있는 시기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오래전부터 풍혈을 중요한 식물 피난처로 연구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풍혈은 인간에 의해 토종꿀을 채취하거나 휴식하는 장소로 이용됐고, 풍혈의 원리를 활용해 얼음이나 음식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조성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풍혈 지역이 피서지로 알려지면서 풍혈에서만 나타나는 희귀식물이 사라지기도 해 안타까움을 산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국립수목원은 2013년 국내에 알려진 25개 풍혈의 특징과 형태, 인근에 자생하는 식물을 발표했으며, 더 많은 풍혈이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풍혈의 기상학적 현상과 지형에서 볼 수 있는 산림생물종 보전 효과와 진화생태학적 영향을 자세히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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