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WBC MVP에 이은 경사
재키 로빈슨 떠올리며 이름 지은 아버지도 야구 선수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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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연장 10회초가 시작되기 전까지, 로빈슨 카노(35·시애틀 매리너스)를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카노의 배트에 닿은 공이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순간, 카노는 경쟁자조차 없는 MVP 0순위로 올라섰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1-1로 맞선 연장 10회초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첫 타자로 나선 카노는 내셔널리그 올스타 웨이드 데이비스(시카고 컵스)의 시속 131㎞짜리 너클 커브를 받아쳐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는 카노의 솔로포로 2-1,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대체선수'가 만든 반전이었다.
애초 카노는 올스타에 선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스탈링 카스트로(뉴욕 양키스)가 부상으로 올스타전에 나서지 못해 대체선수로 뽑혔다.
생애 8번째 올스타전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선발 출전은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양보했다.
아메리칸리그가 두 번째로 내세운 2루수도 카노가 아닌 요나탄 스호프(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카노는 7회초 대타로 나서 삼진을 당했다.
올스타전이 연장으로 흐르면서 카노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왔고, 카노는 극적인 결승포로 MVP까지 거머쥐었다. 생애 첫 올스타전 MVP 수상이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던 2011년 홈런더비에서 우승했던 카노는 또 한 번 올스타전의 빛나는 추억을 만들었다.
카노는 1982년 도미니카공화국의 남동부 해안도시 산 페드로 데 마코리스에서 태어났다.
첫 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 호세 카노는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로빈슨'이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카노의 아버지 호세도 야구 선수였다. 1980년 휴스턴에 입단한 그는 1989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하지만 단 여섯 차례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 뒤(1승1패 평균자책점 5.09) 마이너리그와 대만프로야구를 전전하다 99년 은퇴했다.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이 이어받았다. 로빈슨은 13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 뉴저지로 이사해 3년을 살았다. 뉴욕 양키스의 버니 윌리엄스를 동경했고, 야구를 시작했다. 재능을 발견한 아버지는 오른손잡이 아들을 '우투좌타'로 전향시켰다.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 중·고교를 마친 로빈슨은 2001년 양키스와 계약했다. 2005년 롤 모델로 삼았던 윌리엄스가 부진하자, 로빈슨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로빈슨은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야구영웅이 됐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카노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우승으로 이끌고,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카노는 2012년 12월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2013년과 2017년 WBC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뛰었다.
이제 그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미국 모두에서 사랑받는 '성공한 야구선수'가 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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