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구포시장서 '개 식용 반대' 캠페인…도살 개 위령제도
수세 몰린 상인들, 시위대에 항변…일부는 체념 속 업종전환 추진
(성남·부산=연합뉴스) 이우성 차근호 기자 = 본격적인 더위가 닥쳤음을 알리는 초복(初伏)을 맞아 동물보호단체들이 개고기 유통시장으로 손꼽히는 경기 성남 모란시장과 부산 구포시장 앞에서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행사를 잇따라 열었다.
전국동물보호활동가연대와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 10여 명은 12일 오후 2시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앞에서 '개 식용 반대' 캠페인을 열어 "개고기를 팔거나 먹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가 협약을 맺어 개 보관장(케이지)을 자진 정비하고 살아있는 개를 보관하거나 전시 도살하지 않는 대신 도축한 개고기만 팔기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개 도축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협약 이행을 촉구했다.
모란시장 내 개고기 판매업소 22곳 가운데 15곳은 시와 협약을 맺은 후 업소 앞 개장을 모두 치우고 부위별로 손질된 개고기만 팔고 있다.
하지만 시와 협약을 거부한 7개 업소는 여전히 업소에 개 보관장을 설치해놓고 개를 도축해 팔고 있다.
이들은 '개 식용 반대', '불법 도축 금지', '개 식용은 악습'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어 식용으로 도살된 개들의 영정과 개 사료를 올린 제사상을 차린 뒤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지내고 성남시청을 항의 방문해 시와 맺은 협약의 조속한 이행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 주변에서는 식용견 판매·유통 종사자들이 나와 "영업 방해하지 마라", "애완견이 아닌 식용견만 판다. 우리에겐 생존 문제다"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김용복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은 "10월 초에는 경기도 지원으로 제작된 이동식 도축차량이 모란시장에 들어온다"며 "이동식 도축장에서 개를 제외한 가축을 합법적으로 도축판매하거나 업종을 바꿔 손님을 맞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모란시장 형성을 전후해 들어선 이곳 개고기 판매업소는 시장입구 주차장 옆에 22곳이 줄지어 있다. 2000년대 초 한때 54곳으로 불어날 정도로 성업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과 음식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로 점포 수가 줄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비슷한 시각 부산 구포시장에서도 개 식용 반대 캠페인이 열렸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부산지부는 이날 오후 1시 부산 북구 구포가축시장 앞에서 '반려동물 식용반대' 캠페인을 열어 "개 식용 금지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 땅에서 우리가 동물 보호를 위해 내디뎌야 할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잔인한 살상을 지속해온 구포가축시장은 더는 도심에 있어서 안 된다"며 개 식용을 금지하는 피케팅과 퍼포먼스를 하고 시장 일대를 행진했다.
구포가축시장은 6·25 전쟁 이후 형성되기 시작했다. 1970∼1980년대는 한때 점포가 60∼70곳에 육박해 한때 전국 최대 규모의 개 시장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지금은 22곳의 점포만 남았다.
주 고객층도 내국인보다는 중국인과 동남아인 등으로 대체됐다.
구포가축시장의 한 상인은 "개 시장을 무조건 폐지하라는 건 상인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주면 철폐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구포시장 개 시장 상인들의 업종 전환에 관한 구상이나 대책은 아직 마련된 바 없다"면서 "구포시장 환경을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권단체 '케어'는 이날 식용목적으로 개를 도살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모란(성남)·중앙(서울)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개고기를 판매한 업주와 종업원 등 15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 생명, 신체, 재산 피해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동물 학대 금지로 규정한다"면서 "개를 식용목적으로 죽이는 도살은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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