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투자, 전력이 100년만에 화석연료 첫 추월

입력 2017-07-12 16:18  

에너지 투자, 전력이 100년만에 화석연료 첫 추월

작년 전력투자 전년대비 1% 감소, 화석연료는 25% 감소

축전전력·개인생산 전력 판매시대 올 것, 석탄 역풍 계속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 에너지투자의 주역이 바뀌었다. 전력산업에 대한 투자가 100여년간 최대 투자처이던 석유 등 화석연료를 제치고 최대 투자대상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년 세계에너지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산업 관련 투자액은 7천180억 달러(약 822조6천844억 원)로 7천80억 달러(약 811조2천264억 원)에 그친 석유 등 화석연료 투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원유가 하락으로 석유개발투자가 크게 감소한데 비해 전력은 전력망 투자가 견고하게 이어지면서 소폭 감소하는데 그친 영향이 컸다. 작년도 전력산업 투자 감소율은 전년 대비 1%,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관련 투자 감소율은 25%였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자동차 등 거의 전산업에 전화(電化)의 물결이 밀어 닥치고 있어 전력산업의 존재감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절약 관련 투자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2천32억 달러였다. 수송부문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포함한 세계 전체의 에너지 투자액은 12% 감소한 1조7천억 달러(약 1천947조8천600억 원)였다.




라즐로 바로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석유·가스는 100년에 걸쳐 최대 투자처였지만 2016년에 주역이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전기가 최대 투자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전력투자를 분야별로 보면 송전망 네트워크 투자가 전년 대비 6% 증가한 2천770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의 태양광·풍력발전 시장인 중국이 30%를 차지해 증가세를 주도했다.

재생에너지는 산간지역과 해상에도 설치 가능한 분산형 전원(電源)이어서 새로운 송전망 투자를 수반하게 된다. 재생에너지 투자 자체는 전년 대비 3% 줄어든 2천970억 달러였다. 세계적으로 설비용량이 계속 늘고 있지만 건설비용이 더 하락하면서 유럽의 투자가 한숨 돌린 영향이 컸다. 화력발전 투자는 5% 감소한 1천430억 달러였다.

전력산업에 자금이 몰리면 기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국유 송전망업체인 중국국가전망(電網)은 이탈리아와 홍콩의 동종 사업에 출자해 국제적인 사업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태양광발전 패널 분야는 중국 업계가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서 육성한 송전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앞서 온 유럽과 미국의 대형 전력업체와 IT(정보기술) 업체들은 근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차세대송전망(스마트 그리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작년 전력업계의 디지털 관련 인프라 소프트웨어 투자액은 1천470억 달러였다.

니혼게이자이는 스마트 그리드를 이용해 축전지에 저장한 전력이나 소비자 개인이 자기 집에서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는 시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거래 수단으로는 가상통화의 기반기술로 알려져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도쿄(東京)전력홀딩스는 10일 독일 전력회사인 이노지 관련 회사로 블록체인 전력거래를 중개하는 벤처기업 콘줄에 3억6천만 엔(약 36억 원)을 출자했다고 발표했다. 개인주택의 태양광 발전이 보급된 독일에서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전기자동차(EV)보급도 전력산업에는 순풍이다. 운수부문의 전력수요 증가 외에도 축전지 연구개발, 충전시설 정비, 충전소의 손쉬운 인터넷 검색 등이 유망분야로 꼽힌다. 물론 휘발유와 경유의 수요감소는 가속화된다.

석유·천연가스 업계는 명암이 엇갈렸다. 2014년부터 시작된 원유가 하락이 역풍이 돼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26% 감소한 6천490억 달러 투자에 그쳤다. 2014년에 비해서는 398%나 줄었다.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와 유럽·미국의 석유메이저가 투자를 줄이고 효율화를 추진한데다 미국 셰일석유 생산비용도 더 낮아졌다. 영국 BP사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세계의 원유생산량은 0.5%, 천연가스는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신흥국의 수요가 떠받쳐온 석탄산업 투자는 11% 감소한 590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대기오염 대책의 일환으로 석탄화력 발전 축소를 선언한 영향이 컸다. IEA는 재생에너지의 코스트 경쟁력이 높아져 석탄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EA에 따르면 작년에 투자가 결정된 가스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이 처음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앞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석탄산업 보호를 표방하고 일본도 석탄의 효율을 높이는 '그린 코울'기술 수출을 계속하고 있지만 석탄산업에 대한 역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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