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제보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면서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저의 한계이고 책임"이라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면서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 원점에서 저의 정치 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정계 은퇴 여부에 대해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안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는,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제보조작 사실을 공개하고 사과한 지 16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대선후보로서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는데도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보조작 사건을 사전에 몰랐지만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으로 제보조작 사건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대선후보로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은 19대 대선 당시 당원 이유미 씨(구속)가 조작한 준용 씨 관련 제보 자료가 허위이거나 허위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국민의당이 이를 공개하도록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이 전 최고위원을 이날 새벽 구속했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는 진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제보조작이 대선 과정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대선 후보가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유미 씨나 이 전 최고위원이 모두 안 전 대표가 영입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유미 씨가 구속된 지난달 29일께는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어야 했다. 안 전 대표가 머뭇거리는 사이 국민의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도는 4%로 창당 이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창당 두 달만인 지난해 4월 총선에서 39석을 얻어 원내 제3당에 올랐던 때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의 '창업주'이자 19대 대선에서 득표율 21%로 선전한 대선후보답게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면초가에 빠진 당을 살리기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도 당당히 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 현 지도부와 함께, 조작된 제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발표한 대선 당시 선거관계자들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유미 씨와 공명선거추진단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이 전 최고위원이 구속됨에 따라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조만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과 부단장을 맡았던 김성호 전 의원과 김인원 변호사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의 소환 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아울러 이 전 최고위원이 구속됨에 따라 "이유미 씨 단독범행"이라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 결과는 설득력을 잃었다.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다른 야당도 '문준용 씨 의혹' 특검 요구를 일단 접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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