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성소수자 활동가·시민단체와 연대… 모든 인간의 자유·인권 추구"
시민사회 견해 엇갈려…"선진국과 눈높이 맞춰야" vs "불편한 시민도 다수"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주한 미국대사관에 성 소수자(LGBTAIQ)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이 처음으로 걸렸다.
13일 서울 종로구의 대사관 건물을 보면, 건물 정문 바로 위에 가로로 긴 모양의 무지개색 깃발이 걸려 있다.
깃발의 위치가 대사관 외벽보다 높아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대사관 건물에 무지개 깃발이 걸린 것은 처음이다. 인도와 터키 등에 있는 미국대사관에는 걸린 적이 있다.
대사관 측은 깃발 게시가 14∼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올해 퀴어 페스티벌도 지지하고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무부는 성 소수자의 기본적인 자유를 보호하고 그들이 존엄성을 누릴 수 있도록 활동하는 인권운동가·시민단체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 단체와 힘을 모아 성 소수자들의 인권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대사관은 자국 연방대법원이 동성혼을 합법화한 재작년부터 국내 퀴어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축제 때는 대사관 직원이 무지개색 미국 지도가 그려진 에코백과 티셔츠를 무료로 나눠줬다.
마크 리퍼트 당시 대사도 행사에 참석해 프랑스·영국·독일 등 다른 나라 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에게 인사했다. 올해 퀴어 퍼레이드에도 마크 내퍼 대사대리가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성애자이자 시민활동가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미국은 국무부에 성 소수자 인권특사를 두고 있고, 국가기관이 퀴어 축제 때 지지를 표시하는 행위가 보편적"이라면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선진국과 어떻게 눈높이를 맞출지 고민할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정서상 아직 성 소수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우리 사회 풍습이나 규범을 봤을 때, 공공기관이 동성애 지지를 표시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들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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