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10대 피의자 소녀와 마주한 엄마…"죄에 맞는 벌 받아야" 호소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아파트 인근에서 유괴돼 살해된 8살 여자 초등학생의 어머니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인 10대 소녀와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대면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끔찍하게 숨진 딸의 이야기와 법정에 출석한 이유 등을 오히려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10대 소녀는 피고인석에서 큰 울음을 터뜨렸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오후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 초등생(8·여)의 어머니 A(43)씨는 부검 후 장례식장에서 발인하기 전 딸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렸다.
A씨는 "염을 하시는 분이 아이의 얼굴은 괜찮다고 해서 잠자는 얼굴을 생각했는데 그럴 줄 몰랐다"며 "눈도 못 감고 얼굴의 반이 검붉은 시반으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옷을 잘라서 입혔다"며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수목장을 했다"고 덧붙였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고교 자퇴생 B(17·구속)양은 A씨가 증언석에 앉아 있는 동안 오른쪽 피고인석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숙였다.
이후 A씨의 고통스러운 증언이 이어지자 B양은 점점 흐느끼더니 나중에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죄송합니다"라고 2차례 말했다.
A씨는 피고인과 마주하는 고통을 감수하고 법정에 나온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B양을 쳐다봤다.
A씨는 "우리 막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고인이 알았으면 했다"며 "가해자가 언젠가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 어떤 아이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며 "가해자가 자신의 죄에 맞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 외에도 B양의 심리를 분석한 대검 수사자문위원(심리학과 교수),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범 C(18)양, B양의 구치소 동료 등 3명의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B양은 올해 3월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B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B양의 결심공판은 다음 달 9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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