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에 대한 英 입장 여전히 기다려…재정기여금 이행 중요"
"협상서 3개 의제 모두 진전 있어야 무역 등 미래관계 논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내주 초 유럽연합(EU)과 영국 간에 두 번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EU 측이 12일 영국에 협상 의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조속히 내놓을 것을 공개 촉구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이날 브뤼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EU 측은 오는 17일 열릴 두 번째 협상에서 논의할 의제에 대한 영국의 공식 입장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며 영국 측을 압박했다.
지난달 29일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 양측은 이른바 '이혼 합의금'으로 불리는 EU 회원국 시절에 약속한 영국의 EU 재정기여금 문제, 브렉시트 이후 양 측 국민의 권리 문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우선 진전을 이룬 뒤 향후 무역관계 등 미래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우리(EU)는 지금까지 (세 가지) 다른 의제들에 대한 입장을 9페이지에 담아서 발표했고, EU의 입장은 명확하다"면서 "협상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선 이런 이슈들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바르니에 대표는 오는 2019년 3월까지 EU를 탈퇴하게 될 영국이 EU와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정기여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신뢰가 없는 나라와 어떻게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는가"라면서 영국의 재정기여 약속 이행을 촉구한 뒤 "이것(재정기여금 이행)은 인질의 몸값도 아니고, 탈퇴비용도 아니고 보복을 위한 것도 아니며 단순히 정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측은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전에 지불해야 할 재정기여금으로 최고 1천억 유로(130조 원)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측은 EU의 입장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르니에 대표는 "영국처럼 위대한 국가가 자신의 약속을 존중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전날 영국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EU가 영국이 과도한 돈을 내도록 호각을 불며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르니에 대표는 "나는 어떤 호각소리도 듣지 못하며 다만 시곗바늘이 재깍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라면서 협상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조속히 재정기여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 가지 의제 가운데) 하나 또는 두 개 의제의 진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미래관계에 대한 논의를 위해선 세 가지 의제에 대해 모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르니에 대표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달 29일 EU 정상회의에서 언급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EU 회원국 국민 권리보장 안에 대해 "영국의 입장은 (브렉시트 후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에게 오늘날과 같은 삶을 살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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