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코끼리 만들려는 격"…중개인 팝가수 부친 "날조된 얘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인사들 간 내통에 관한 주장은 '파리로 코끼리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와의 접촉을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을 도우려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 공작으로 몰고 가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TV를 켜니 모든 서방 방송들이 이에 관해서만 얘기하더라"며 "중량급 인사들이 파리에서 코끼리를 만드는 것이 놀랍다. 어쩌면 파리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비꼬았다.
그는 "내게 이것은 터무니없는 일로 보인다"며 "어떤 사람이 변호사와 만나는 게 누구에게 무슨 위협이 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6월 초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경쟁자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정보를 준다는 약속을 받고 러시아 당국과 연관된 의혹을 받는 러시아인 변호사 베셀니츠카야와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의 공모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만한 반역행위를 저질렀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편 대리인을 통해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아버지 아라스 아갈라로프는 이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에민)이 협력해 클린턴 비방 자료를 트럼프 진영에 건네려 했다는 주장은 날조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아라스는 트럼프 주니어가 에민의 대리인 로브 골드스톤과 주고받은 것이라고 공개한 이메일에 대해 "날조된 것"이라며 "골드스톤은 한동안 아들의 매니저로 일했고 그의 미국 사업을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아들 에민이 트럼프 주니어와 알고 지낸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러시아 대기업가 아라스와 팝가수로도 활동하는 에민 부자는 모스크바의 건설·부동산개발 전문 업체 '크루쿠스 그룹'(Crocus Group)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트럼프 주니어와는 2013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트럼프 그룹 주최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후원할 때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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