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확장에 채무상환 위기…창업자는 퇴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던 동영상 업체 러스왕(樂視網·LeTV)이 문어발식 사업확장 끝에 자금난을 겪으며 감독당국의 동시 조사를 받는 처지에 몰렸다.
13일 텅쉰(騰迅)과기망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자금 위기와 최고경영자 퇴진 사태 등을 겪고 있는 러스왕에 대해 재무 수치, 내부 정보 등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한 소식통은 증감회가 현재 러스왕 관련 정보를 수집해 주식 담보 상황 등을 분석 중이며 은감회도 은행, 자산신탁관리회사 등 금융기구의 러스왕 대출 현황 및 리스크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감독당국이 러스그룹 측과 직접 접촉했는지는 불명확하다.
러스왕은 2004년 자웨팅(賈躍亭·44) 전 회장이 31세 나이에 세운 중국의 대표적 IT 창업 모델로 이후 자동차, 스마트폰, 영화 음악 콘텐츠, 스포츠, 인터넷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자사 사업으로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사명도 러에코(LeEco)로 바꾸었다.
이 소식통은 "중국 감독당국의 동시 조사가 러스왕의 법규 위반과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러스왕과 자웨팅을 둘러싼 논란의 수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웨팅은 그간 러스왕을 기반으로 은행 융자를 통해 자동차, 스마트폰, 영화 등 업종에 진출했다가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감원을 단행하고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일 자웨팅 가족의 보유자산이 법원에 의해 동결됐다는 소문이 흘러나온 다음날 러스왕은 160억 위안 상당의 자웨팅 특수관계인 지분이 모두 동결된 상태라고 확인했다. 이어 러스왕은 자웨팅이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직에서 물러나 앞으로 어떤 직무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러스그룹 이사회는 "자웨팅 창업자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라 늘어난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고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 인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초 부동산개발업체 룽촹(融創)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은 러스그룹은 부채 규모를 지난해 말 217억 위안(3조6천700억원)에서 지난 1분기 말 187억 위안(3조1천642억원) 규모로 줄인 상태다.
하지만 자웨팅은 채권기관들에 대출상환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읍소하고 있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러스왕 주식은 이미 지난 4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최근 중더(中德) 증권은 러스왕이 콘텐츠 판권 구매를 위해 8억8천100만 위안의 자금을 부당 사용한 뒤 유동자금으로 메운 적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현재 자웨팅 회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면서도 러스그룹의 자동차사업부에 남아 전기자동차 출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러스는 중국에서 '테슬라 킬러'로 불리는 첫 양산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FF 91' 출시를 준비 중이다.
중국중앙(CC)TV 재경채널은 최근 러스왕의 위기가 창업 실패인지, 사기 대출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과거 러스왕을 둘러싼 각종 송사와 논란을 정리해 보도하기도 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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