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92세 윤희수 옹 삶의 기록 '대천일기' 간행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아흔을 넘긴 노인이 60여 년 전부터 써온 일기가 책으로 발간됐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부산 화명동 대천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윤희수(92) 옹의 60년 삶의 기록인 '대천일기'를 1, 2부로 엮어 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천일기는 60여 년 전인 1954년부터 1971년까지 농사일을 비롯해 대천마을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윤 할아버지의 일기는 1954년 7월 28일 시작된다.
'비 옴'으로 기록한 첫 일기에 이어 다음 날에는 '오후부터 오두락(五斗落) 논에 제초작업을 하였다'라고 썼다.
농사일기인 만큼 하루하루의 날씨를 적고 누구와 무슨 농사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쌀과 보리를 수확한 뒤에는 전체 수확고를 매년 기록했다.
농작물을 심은 농지마다 재배한 품종, 수량, 농약의 종류, 날씨 변화까지 세세하게 적어 놓았다.
농사를 함께한 가족, 품앗이한 마을 사람들, 머슴의 새경까지 기록해 한 개인의 농업활동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책 발간에 참여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교수는 "분명 개인의 일기인 데 대천마을에 같이 살던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을 소상하게 기록해 마을변천사 연구는 물론 한국 근현대사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대천일기 1부에는 '우차를 물고 장에 갔다 왔다', 2부에는 '마을 반장회의를 개최한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1부에는 하루도 농사일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성실한 윤희수 옹의 삶과 마을공동체의 모습을 담았다.
2부에서는 자신의 농사일과 함께 마을 납부금, 비료 배급, 마을 청소, 마을 부역에 이르기까지 마을공동체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윤 옹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구진은 대천일기 1, 2부에 이어 대천마을의 급격한 변화상을 알 수 있는 1980∼2000년대 일기도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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