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무역 연계한 트럼프 스타일…방위비증액 여부도 관심
전문가 "재협상 우리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후 날아온 '트럼프 청구서'인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별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며 한미FTA 개정협상을 공식화한 것은 경제 현안을 넘어 안보까지 아우르는 양국 관계 전체의 맥락에서 함의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무역을 연계하는 전략을 대외관계에서 노골적으로 구사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그것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은 그 예고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FTA 재협상에 합의하지 않았음에도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등을 통해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한미FTA 개정협상을 공식화했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도 거론했다.
북핵 문제가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등장한 시점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 조성과 관련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 지지', 핵을 포함한 대북 억지력 제공 약속 재확인 등을 얻었다면 미국은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청구서'를 보여준 모양새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앞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대북 압박 강화에 의기투합한 뒤인 지난 4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와 협력하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느냐?"라고 적은 것도 안보와 무역 연계 기조를 여실히 보여준 일로 평가됐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미국의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오는 것"이라며 "한미 FTA 특별공동위 미팅이 열리면 미측은 통상문제 뿐 아니라 안보비용 분담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압박을 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 협상가 출신으로서 안보와 경제를 교묘하게 연계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때 안보면에서 한국 입장을 받아 준 것과 연계해 FTA와 방위비 분담금 이야기를 함으로써 향후 협상의 지렛대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복안인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FTA는 한미동맹과 더불어 양국 관계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만큼 정부는 FTA 문제가 한미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살펴가며 미국의 FTA 협상 요구에 대응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연말께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 협상은 또 하나의 청구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FTA 협정은 원래 한쪽에서 이익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오히려 문제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사드 비용을 포함해 청구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우리 정부에 주문했다.
최원목 교수는 "재협상을 우리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일 수 있다"며 "미국이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는 접근을 해올 경우 우리 정부는 통상과 비(非)통상 이슈는 별개이며, 상호 원하는 바의 '등가관계'를 이루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한다는 원칙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의 각 주(州)마다 한미 FTA에 대한 이해득실이 다르다"며 "한국 농산물 수출로 이득을 보는 지역의 주지사, 상·하원의원 등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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