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자국에 대한 중국의 군사원조가 늘고 있지만, 양국이 군사동맹을 맺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3일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마닐라 인근 군기지에서 한 연설에서 "(1951년 체결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 때문에 우리는 다른 국가와 군사동맹을 맺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러시아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으나 "(미국과의) 완전한 결별에 이르지는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지만 경제와 테러 분야에서는 나는 언제든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이미 (군사원조를) 보냈고, 오는 9월 두번째 선적물이 도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과 필리핀이 경제에 이어 방위 분야 협력까지 본격화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앞서 중국은 필리핀 남부 마라위 시를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과의 싸움에 써달라며 지난달 필리핀 군에 5천만 위안(84억 원) 규모의 무기를 무상 제공했다.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작년 6월 말 취임과 함께 '탈미 친중' 외교노선을 공식화한 이후 중국의 첫 필리핀 군사 원조였다.
중국은 필리핀 정부에 마라위 시의 구호 활동과 재건 사업에 써달라며 1천500만 페소(3억4천만 원)짜리 수표도 함께 전달했다.
필리핀 현지에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필리핀의 밀월 관계에 불쾌감을 보여 온 미국과 친미 성향의 군부 등을 의식해 동맹 문제를 언급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나는 (중국에) 동맹을 제안한 적이 없다. 중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0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과의 군사적, 경제적 결별'을 거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하고 친중 노선을 걷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귀국후 미국과의 단교가 아니라 자주적 외교정책을 펼쳐가겠다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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