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자금 빚 독촉에 발목 잡힌 함안군수

입력 2017-07-13 14:27  

불법 선거자금 빚 독촉에 발목 잡힌 함안군수

뇌물수수·인사권 이용 빚 갚으려는 시도 재판과정서 속속 드러나



(함안=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차정섭(66) 경남 함안군수가 지난 지방선거 때 법정 선거비용 외에 거액의 불법선거자금을 당겨 썼음이 재판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차 군수는 군수 취임 후 내내 선거자금 상환 독촉에 시달렸다.

그는 선거자금 불법 수수가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지역 유력인사에게 은밀히 뇌물을 받아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결국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후 거의 매주 법정에 서는 몸이 됐다.

함안군수 사례는 불법 선거자금 수수가 당선 이후 지방자치를 얼마나 훼손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13일 검찰 공소사실과 관련 인사들의 법정 증언 등에 따르면 차 군수는 2014년 6·4 지방선거 때 함안군수 선거 법정선거비용(1억2천300만원)을 훨씬 웃도는 불법 선거비용을 쓴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은 차 군수가 지역 부동산 개발업자인 전모(54·구속기소) 씨로부터 10억원,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자인 설모(57·1심 징역 10월)로부터 2억원 등 10억원 이상의 불법 선거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차 군수는 두 사람 외에 안모(55·구속기소) 씨 등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억대의 돈을 불법 선거비용 명목으로 조달한 혐의를 받는다.

불법 선거자금을 빌려준 사람들은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차 군수가 당선되면 산업단지 개발이나 신도시 사업 등에 특혜를 기대하고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군수 취임 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자 차 군수와 핵심측근인 비서실장 우모(45·구속기소) 씨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함안군청 군수실을 찾아가 차 군수와 독대하거나 비서실을 들락날락했다.

"돈을 갚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 큰일난다"며 겁을 줬다.

전 씨는 빌려준 10억원 중 일단 3억원이라도 돌려달라며 군수 집무실에서 차 군수에게 '3억원 차용증'을 쓰게 했다.

그는 이것도 모자라 차 군수 집에 손도끼를 들고 찾아가 컴퓨터, 유리탁자 등 집기를 부쉈다.

차용증을 함안군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하는 등 수차례 협박을 했다.

돈을 마련할 길이 없던 차 군수는 지역 유력인사에게서 뇌물을 받는 방법으로 난관을 벗어나려 했다.

차 군수는 함안상공회의소 회장(70)을 직접 만나 1억원을 요구했다.

함안상의 회장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상의 민원 해결이 힘들 것이란 판단에 5천만원을 제공했다.

설 씨 역시 군수실과 비서실을 자주 드나들며 자금 상환을 수시로 독촉했다.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재판과정에서 군수 고유권한인 인사권까지 이용해 선거 빚을 갚으려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차 군수 부인과 비서실장 우씨가 '승진 대상자한테서 돈을 받아 빚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주고받은 전화녹취를 공개했다.

불법 선거자금을 댄 부동산 개발업자가 승진 대상자들로부터 돈을 받을 목적으로 인사권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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