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다수 통화추적 위헌" vs "개인식별 못 해 위헌 아냐"

입력 2017-07-13 17:25  

"불특정다수 통화추적 위헌" vs "개인식별 못 해 위헌 아냐"

헌재서 '기지국 수사'의 개인 자유 침해 놓고 찬반 법리 공방

'통화추적 사후 통지·실시간 추적' 두고도 설전…조만간 결론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은 범죄와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만 통신사실 확인이 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법 어디에 불특정다수의 통신사실을 수집하는 '기지국 수사'를 허용하는지 의문입니다."(청구인 측)

"기지국 수사를 통해 수집한 전화번호만으로는 구체적인 개인을 식별할 수 없습니다. 검찰이나 경찰은 개인의 자유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제도를 잘 운용하고 있습니다. 기지국 수사는 헌법 위반이 아닙니다."(법무부 장관 측)

수사기관이 특정 기지국을 거쳐 이뤄진 통신자료를 대거 수집해 수사에 활용하는 '기지국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비법 헌법소원사건 공개변론에서는 기지국 수사의 위헌 여부를 두고 찬반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기지국 수사란 용의자를 특정하기 힘든 범죄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이나 인근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 등을 추적해 수사망을 좁혀 들어가는 수사 기법이다.

그러나 범죄와 무관한 불특정다수의 전화번호와 통화 정보가 수집돼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한가람 변호사는 "기지국 수사를 허용하면 범죄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통신사실까지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집하게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반면 법무부 장관 대리인으로 나선 서규영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무슨 특별한 의도를 갖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개인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대리인들은 "당사자에게 기지국 수사 사실을 사후 통지하도록 한 규정은 문제가 없느냐"는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 답변하기도 했다.

통비법은 기지국 수사 사실을 수사기관이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경우에만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하도록 규정한다.

청구인 측 이유정 변호사는 "수사가 장기화하면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통지를 받을 수 있고, 기소중지 처분한 경우에는 아예 통지를 받을 수도 없다"며 통지규정 또한 위헌적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지를 받아도 불복할 방법이 없고, 수사기관이 통지하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 측 서규영 변호사는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다소 불합리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피의사실 및 수사 사항이 유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기소 또는 불기소한 경우에만 사후 통지하도록 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섰다.

수사기관의 실시간 위치추적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이 설전을 벌였다.

이 변호사는 "국가는 개인의 이동권을 함부로 제한할 수 없고, 이동권 안에는 국가로부터 추적당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실시간 위치추적은 대략적인 발신 기지국의 위치 정도만을 확인하는 것으로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변론 내용을 토대로 재판관들의 논의(평의)를 거쳐 기지국 수사와 실시간 위치추적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민주통합당 당 대표 예비경선 과정의 금품 살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2011년 12월 예비경선장 근처의 기지국을 이용한 659명의 착·발신 전화번호와 착·발신 시간, 통화시간 등을 확인하면서 불거졌다.

경선 현장을 취재한 A씨는 이듬해 3월 검찰이 기지국 수사로 자신의 통신내역을 확인한 사실을 알게 된 후 헌법소원을 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