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현실로 닥친 한미FTA 협상, 정부조직개편 서둘러야

입력 2017-07-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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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현실로 닥친 한미FTA 협상, 정부조직개편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드디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요구해 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미국 무역의 장벽을 없애고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고려하기 위한 한미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USTR은 "(미국의) 무역손실을 줄이고 미국인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대통령의 의도에 따라 행동했다"면서 "특별공동위는 FTA 개정을 고려하거나 약간의 수정과 조항 해석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쪽이 특별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면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응해야 한다.



산업부는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받은 USTR 서한에, 재협상(renegotiation) 대신 수정(amendment)이라는 표현이 쓰인 것을 주목하는 듯하다. 미국이 전면 재협상보다 부분 개정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는 "조속한 시일 안에 국장급을 미국에 보내 구체적인 의제와 개최 시기를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다음 달 워싱턴 DC에서 회담을 열기를 희망했다. USTR이 '재협상'이란 용어를 쓰지 않았다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특별공동위가 재협상의 사전절차라는 것은 그동안 미국이 견지해온 입장이다. FTA 공동위는 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협정문의 해석ㆍ적용과 관련한 분쟁 해결을 논의하는 기구로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이번에 미국이 요구한 것은 특별회기다. 양국은 공동위에서 협상 진행과 관련한 사전절차를 논의하게 된다. 미국의 FTA 재협상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어, 재협상을 하려면 USTR이 의회에 보고해 권한을 위임받아야 한다. 본협상 개시 90일 전까지 의회에 통보해야 하니 재협상은 일러도 11월께나 가능하다.



개정 협상이든 재협상이든 한미FTA 협상이 열리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미국은 무역적자 확대를 이유로 강하게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철강을 불공정한 분야로 지목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은 지난해 155억 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했지만 미국의 대한 수출은 16억8천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은 연비 규제 등 비관세 장벽 완화를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철강 분야에서 미국은 일부 제품의 덤핑수출과 중국산 제품의 한국 경유 수출을 문제 삼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 스크린쿼터제 폐지 등을 미국 측이 요구할 수도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FTA 협정 후 미국의 대 한국 상품수지 적자가 2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측이 무역적자 통계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한국은 미국과 FTA 협상에서 수세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 측 인식에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양국의 시장 크기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상에서 이익균형이 일방적으로 깨지지 않도록 우리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를 다듬고 증빙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정부조직법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아 협상의 컨트롤타워인 통상교섭본부장조차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당장 내달 특별공동위 개최 요구에 응하기도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국익이 걸린 FTA 협상을 잘 준비하려면 우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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