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한 핵 포기는 비현실적…군비 줄여 경제 살리려는 것"

입력 2017-07-13 17:12   수정 2017-07-13 17:28

태영호 "북한 핵 포기는 비현실적…군비 줄여 경제 살리려는 것"

포항서 특강 "핵·미사일이 체제 유지·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운다고 믿어"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3일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재래식 군비를 감축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어서 핵 포기는 비현실적이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경북 포항시청에서 연 환동해 국제심포지엄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그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 체제를 유지하고 모든 면에서 남한에 뒤떨어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며 "핵과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재래식 군비와 국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이 돈을 경제 살리기에 투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일성은 관광산업에 호의적이었지만 김정일은 체제 위협을 이유로 부정적이었고,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다시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북한 관광정책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때까지는 관광산업을 체제 홍보수단으로만 이용했지만, 김정은은 경제난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차이다"며 "통상 3∼4주 걸리는 비자 발급 기간을 단축하고 획일적인 관광 시스템이 부서별 경쟁체제로 변했다"고 했다.

또 "외국 관광업체를 내세워 관광객 유치에 애쓰고 획일적인 관광 코스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며 "심지어 '마지막 스탈린 체제를 느낄 수 있고 폐쇄된 북한사회 신비로움을 알 수 있다'는 문구까지 내세워 외국인 여행객을 모집한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나 무리한 핵 개발로 관광 인프라 투자에 여력이 없고 관광객 일탈과 주민 통제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문제다"며 "외국인 일탈을 막기 위해 한 번씩 미국인 관광객을 표적으로 삼아 일벌백계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관광산업 핵심은 두만강에서 금강산까지 동해안 개발이 중요한데 해안을 따라 배치한 군 비행장과 포진지 때문에 군부가 반대한다"며 "핵 실전 배치가 이뤄지기 전에는 동해안 개발이 요원하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해안을 개발하면 북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며 "북한을 포함한 환동해 경제권을 발전시키려면 북한이 어깃장을 놓을 수 없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은 '환동해 관계망과 협력방안:관광, 문화, 그리고 경제'를 주제로 열렸다.

sh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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