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연예인도 넘치고, 연예인 지망생도 넘친다. 발에 치이는 게 연예인인 세상이다.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발 나 좀 뽑아주세요!" 혹은 "나 좀 다시 봐주세요!"를 외치는 사람들로 꽉꽉 채워진다. 그만큼 풀이 넓다는 얘기다. 기회만 주어지면 가능성을, 스타성을 보여줄 후보들이 널렸다는 얘기다.
신인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한류의 나라 대한민국에는 배우도, 가수도, 개그맨도, MC도 많다. 요즘은 '연예인' 대신 '방송인'이라는 명칭도 널리 쓰이니, 이래저래 방송에서 내세울 인물이 많다.
그런데 만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여기를 틀어도, 저기를 틀어도 같은 얼굴이 나온다. 방송사도, 제작사도 '노오력'이 없다. 그 넓은 풀에서 새로운 인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지적을 하면 "시청자 때문"이라는 항변이 즉각 나온다. 연예인은 많아도 '스타'는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익숙한 스타를 보고 싶어한다는 손쉬운 논리다.
최근 이틀간 가수 출신 한 방송인의 복귀가 포털사이트 주요 뉴스를 장식했다. 7년 만에 방송에 복귀를 한다는 자료가 뿌려지더니 심경 고백도 나오고, 그가 복귀를 위해서 극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친절한 해설도 곁들여진다.
마약, 음주, 도박, 사기, 피소, 성추문 등 물의를 빚은 연예인은 다시는 못 볼 것 같지만 조금 이따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다시 나온다. 일정 기간 자신들만의 '자숙' 기간을 거친 후 방송사와 제작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복귀한다.
대체로 복귀하는 연예인들은 소위 A급이다. 물의를 빚기 전 여기저기서 찾아주던 A급 스타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와 기획사들이 먼저 아쉬워서 복귀를 타진한다. 채널은 늘어나고, 콘텐츠는 더 늘어나는데 내세울 스타가 없다는 이유다. 어제오늘 뉴스가 된 인물도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하더니 케이블채널을 통해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방송사와 기획사는 그의 복귀를 알리면서 "7년 자숙했다"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지난 7년간 방송사와 기획사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해외 원장 도박에 더해 거짓말 쇼를 펼치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던 인물이 아니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 세대교체가 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스타가 없다지만 스타를 발굴할 생각은 했을까. 그저 '안전'하게 가려고 '그 나물에 그 밥'만을 고집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것은 아닌가. 아이디어는 없고 스타만 있으면 되나. 폭염 속 불쾌지수를 한층 높이는 방송가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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