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클럽」…'형사처벌 무풍지대'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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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내 최고의 엘리트 연방검사들만 모인다는 뉴욕 맨해튼의 뉴욕남부지검.
지난 2002년 신임 뉴욕남부지검장으로 부임한 제임스 코미가 소속 검사들을 불러모았다. 이른바 '코미 메모'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서 중심에 섰던 바로 그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다.
"자신은 소송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는가?" 신임 지검장의 질문에 여러 명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코미가 "이제부터 여러분들을 '겁쟁이(Chicken-shit) 클럽'이라고 부르겠다"며 "검사는 불패의 기록을 만드는 직업이 아니다. 재판에서 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더 야심찬(ambitious)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상치 못한 쓴소리에, 검사들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베테랑 금융전문기자 제시 아이싱어가 발간한 「겁쟁이 클럽」(The Chicken-shit Club)은 유독 월스트리트 거물급 앞에서는 약해지는 미국 연방검찰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관할하며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뉴욕남부지검이 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해 처벌한 인사는 딱 1명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중간급 임원인 카림 세라겔딘이 유일하다.
파산한 베어스턴스를 비롯한 굴지의 대형 투자회사 최고경영자들은 하나같이 법망을 빠져나갔다.
많은 이들은 그만큼 대형금융기관의 로비력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금융회사가 잘못한 게 없다는 논리도 가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싱어는 법무부의 무능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탄탄한 조직력과 고액의 '로펌'으로 무장한 대형 금융회사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손쉬운 사건만을 골라 승률을 쌓는 검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어쩌면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패배를 이끈, '부패한 월스트리트'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감도 그 결과물일 수 있다.
부제는 '미 법무부가 최고경영진을 기소하지 못하는 이유'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社. 377쪽.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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