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사의뢰 후 내사 진행해와…"납세자 재산 손실 결과 초래 가능성"
새 정부 첫 '사정수사'…비자금·로비 의혹까지 광범위한 '스크리닝' 관측
KAI 하성용 대표 등 경영진 출국금지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지헌 기자 =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혐의를 잡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가 방위사업 분야 개혁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검찰이 본격적으로 방산비리 척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수사 휴지기'에 접어들었던 검찰이 '사정'(査正) 급 대형 수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개발비 등 원가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사기) 등과 관련해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압수수색 대상 장소에 보내 KAI의 회계 자료 등 관련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디지털 자료,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다량 확보했다.
KAI는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등 국산 군사 장비를 개발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항공 관련 방산업체다.
검찰은 KAI가 수리온, T-50,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방 당국이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으로 무기 체계를 구매하면 결과적으로 납세자들이 불필요한 수백억원대의 부담을 더 지게 된다는 점에서 검찰은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에 중요한 의의를 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감사원의 감사 의뢰를 계기로 장기간 KAI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5년 KAI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려 계상하는 방식으로 24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담당 직원 2명을 수사의뢰한 바 있다.
이후에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감사원은 KAI의 원가 부풀리기가 수리온 외에 다른 주력 제품에도 적용됐다고 보고 수차례에 걸쳐 검찰에 관련자들을 추가로 수사의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KAI의 원가 부풀리기 혐의와 관련해 특정 제품에 국한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산 분야의 원가 문제는 납세자의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검찰은 KAI가 주요 핵심 제품의 선정·납품 과정에서 거액의 상품권을 군과 정치권 관계자들에게 제공했고 일부 상품권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 KAI가 환전 차익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횡령 의혹 등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원가 부풀리기 규명 단계를 넘어 횡령·로비 의혹으로 본격적으로 뻗어 나갈 경우 KAI 수사는 개별 기업 수사 차원을 넘어 명실상부한 사정수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한편, 검찰은 향후 압수물 분석 이후 본격적인 소환 조사를 앞두고 하성용 대표 등 KAI 경영진을 포함한 회사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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