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신 과점" 직면…IT 빅5 시총 영국 GDP능가

입력 2017-07-14 10:31  

미국 경제 "신 과점" 직면…IT 빅5 시총 영국 GDP능가

4월 미 증시 시총 상위 5위 독차지, 시총합계 한때 3천186조 원

수익원천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 석유", 과점불구 유형자산 없어 "분할"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 경제가 '뉴 모노폴리(새로운 과점)'에 직면하고 있다.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닷컴, 페이스북의 이른바 IT(정보기술) '빅5'의 데이터 독점이 강력한 자장(磁場)을 형성하면서 자금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불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5위까지를 이들 빅5가 차지했다. 5개사의 시총합계는 1년간 40%나 증가해 한때 2.8조 달러(약 3천186조 원)에 달했다.

단순비교하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인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들 기업이 돈을 버는 원천은 데이터 독점이다. 미국의 한 조사회사는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현재의 70%에서 2년 후인 2019년에는 80%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의 60%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몫이었다. 페이스북은 광고사업 하나만 하는데도 순익 규모는 도요타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제품 판매가 중심이던 애플도 하드 중심에서 탈피 중이다. "애플은 이제부터 소프트에서도 수익을 올릴 것이다. 고객은 사진과 스케줄을 모두 관리하는 애플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장은 이들 빅5의 순이익이 2020년에 1천688억 달러(약 19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 사전인 윅셔너리는 "아마존한다"는 새로운 단어의 의미를 "구글링한다"와 마찬가지로 "압도한다. 절멸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호주 울워즈(Woolworths Limited)와 영국 테스코 등 세계 유수의 소매업 주가도 흔들어 놓았다. 시장은 소매업이 IT기업에 빨려 들어가 "절멸"할 위험성이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빅5의 수익원천인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석유"다. 원유를 정제하듯 데이터는 해석하는 데서 가치를 낳는다.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열쇠를 쥐고 있다. 이 분야의 인재도 이들 빅5에 몰리고 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정보처리기법인 심층학습.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에 따르면 이 분야 연구자는 세계적으로 1천 명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중 250명을 2014년 구글이 인수한 영국 마인드가 보유하고 있다. 이세돌을 비롯한 바둑 세계 최고수들은 격파한 "알파고 바둑"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페이스북은 뉴욕대학에서 심층학습 연구에 매달려온 얀 르쿤(Yann LeCun) 교수를 AI 관련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AI 연구자인 앤드루 응(Andrew Ng)은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인재가 더 중요하다"면서 "IT 공룡기업에 의한 인재 과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점"은 수익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투자가들은 이 점을 평가하며 이는 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과점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의해 분할을 강요받았다. 20세기 말에는 거대 통신기업 AT&T가 8개사, 록펠러 가의 석유회사는 30개 이상으로 분할됐다. 과점은 상품가격 상승과 서비스 저하와 같은 소비자의 불이익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T를 무대로 한 새로운 과점은 소비자의 편익을 높여준다. 뉴욕의 대학원생인 찰스 마이어스(27)는 전에 유행했던 SNS 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의 패스워드를 잊어버렸다. SNS는 페이스북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무료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가격이 오를 염려도 별로 없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구글에 대해 검색엔진시장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통신이나 에너지업계와는 달리 IT 빅5는 중계시설이나 석유 권익 등 눈에 띄는 유형자산이 없다. 니혼게이자이는 과점에도 불구, 과징금을 물릴 수는 있지만, 분할을 강요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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