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동식물 독특한 기능 산업·생활 응용연구 활발

입력 2017-07-16 05:05  

UNIST, 동식물 독특한 기능 산업·생활 응용연구 활발

생체모방공학 정훈의 교수 주도…게코 도마뱀 발끝 섬모 등 연구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자연 속 생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산업이나 생활에 응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체모방공학 정훈의 교수(기계 및 원자력공학부)가 지역 기업과 산학협력을 위해 연구 중인 원천기술이 눈길을 끈다.

UNIST는 올해부터 지역 기업과 정기 간담회를 갖고 소통하며 기술 수요와 애로를 파악, 사업화가 유망한 원천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생체모방공학은 동물의 독특한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연이 가진 신기한 기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방법도 연구한다.


이 가운데 생체모사 기능성 표면 기술이 있는데, 대표 사례가 게코 도마뱀이다.

게코 도마뱀은 어떤 벽에도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 발끝에 달린 나노미터(nm·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크기의 작은 섬모 때문이다. 발끝에 달린 무수한 섬모 구조는 벽과 도마뱀의 발 사이 접촉 면적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이는 분자 간 끌어당기는 힘인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힘'을 극대화한다.

정 교수는 기존 반도체 가공 기술에 자외선을 가하면 딱딱해지는 특이한 재료를 활용해 게코 도마뱀 발판 접착력의 핵심인 섬모의 주걱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14년 논문으로도 발표됐다.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강한 접착력을 지니는 건식 접착 구조물은 접착 표면에 잔존물을 남기지 않고, 재사용하더라도 일정한 접착력을 유지한다. 섬모와 주걱 구조의 크기와 높이 등도 조절해 접착력을 제어할 수도 있다.


또 빛으로 고분자를 경화시켜 건식 접착 필름을 큰 면적으로(대면적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고분자 중에는 빛을 쪼이면 반응을 시작해서 딱딱하게 변하는 물질이 있는데, 연구진은 이 물질을 이용해 원래 액체 상태이던 고분자를 원하는 형상에 부은 다음 빛을 쪼아서 딱딱하게 만든 것이다.

이 필름은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와 같은 나노 물질을 섞은 복합재를 이용해 30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다.


건식 접착 구조물을 이용한 대표적인 활용법은 반도체 이송 시스템이다.

기존 반도체 제조 산업에서는 반도체 이송을 위해 물리적 이송 방식과 정전기적 이송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정전기적 이송 방식은 전력 소비가 심하고 설비 구축에도 고비용이며, 무엇보다 정전기력이 주변 먼지를 끌어당겨 반도체를 오염시킨다.

물리적 이송 방식은 반도체를 기계가 물리적으로 잡아서 움직이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반도체 표면에 흠집을 유발해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건식 접착 구조물을 활용한 이송 방식은 접착 부위를 오염시키지 않아 반도체의 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재사용이 가능하며, 많은 에너지도 필요 없다. 면적을 크게 만드는 것이 쉬워 큰 사이즈로 만들어 반도체가 아닌 대형 디스플레이를 옮기는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액체 상태를 원하는 틀에 넣고 빛을 쪼기만 하면 되므로 면적을 크게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


정 교수 연구팀은 물에 젖지 않은 연꽃잎 나노구조도 모방해 방수 패널을 개발하고, 매미 날개를 생체 모사해 항균과 살균 효과가 있는 나노 패턴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연꽃잎 표면에는 나노 크기의 무수한 섬모가 있다. 이 섬모들은 공기층을 형성해 연꽃잎의 표면이 물에 젖지 않는 '초소수성'을 가진다.

정 교수는 섬모 구조와 나노 파티클(입자)을 이용해 연꽃잎과 같이 물에 젖지 않고 그 특성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초소수 표면을 개발한 것이다.

섬모 구조는 보통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이고, 나노 파티클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다.

섬모 구조 위에 수많은 나노 입자가 놓이는 계층 구조가 만들어지면 물을 싫어하는 성질인 소수성이 더욱 강해진다.

이 초소수 표면의 미세 섬모들이 자석에 반응하도록 개발해 자력으로 표면상 물방울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또 개구리 발바닥은 마치 타이어와 같은 미세 패턴 구조가 있는 표면을 가진다. 물기가 있는 표면에도 최대의 마찰력을 발휘해 나무 또는 나뭇잎 표면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정 교수는 이를 모방해 수중에서도 높은 마찰력을 가지는 마찰 패드를 개발했다.

매미 날개도 마찬가지다. 나노 사이즈 섬모들이 있어 박테리아 세포막을 찌르고, 박테리아 움직임을 제한해 다른 화학적 작용 없이 구조물 자체로 향균·방오 작용을 한다.

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를 모방해 자체적으로 향균·방오가 가능한 기능성 표면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 교수는 16일 "지금까지는 자연 속 생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연구에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제 산업이나 생활에 응용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