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사학스캔들 연루 의혹을 추궁하는 국회 심의에 참석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내각 지지율 하락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나서서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사학스캔들을 다시 불붙게 하는 악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사학스캔들을 둘러싼 중의원예산위원회의 '폐회중 심의'에 출석할 방침임을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폐회중 심의는 국회 회기 종료 후 여야 합의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스캔들에 휩쓸려 있다.
일본 국회의 중의원은 야당의 요청으로 지난 10일부터 폐회 중 심의를 통해 사학스캔들을 다루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그간 "국회의 일은 국회에서 정해야 한다"며 야당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었다.
아베 총리가 심의에 출석하기로 결심한 것은 내각 지지율 하락과 함께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의혹에 대해 계속 피하기만 한다는 당내외의 비판에 따른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자민당 내에서 "총리가 도망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지고있다. 심의에 응해야 한다"(당 간부)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고, 마이니치신문은 심의 출석의 뒤에는 다음달 초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 전에 의혹을 마무리 지으려는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사학스캔들 논란으로 지난 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데 이어, 한때 60%를 훌쩍 넘었던 내각 지지율은 지난 10일을 전후해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31.9~36%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10일 NHK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3%가 사학스캔들에 대한 아베 총리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을 정도로 아베 내각에 여론이 등을 돌렸다.
내부고발자인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국회 폐회중 심의에 출석해 "부끄럽고 창피해서 폭로했다"며 비판의 칼끝을 아베 총리에 정면으로 겨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기존 방침을 뒤엎고 국회 심의에 출석하는 것이 오히려 사학스캔들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는 예상도 있다.
자민당의 한 중진은 요미우리에 "새로운 의혹이 부상하지 않는데 추가로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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