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지적…NYT "류샤오보 사망과정, 中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주요 언론은 14일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상태에서 치료를 받던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가 사망한데 대해 중국 지도부의 시대착오적 태도를 비난하고 아울러 국제사회의 소극적 대응을 꼬집었다.
NYT는 사설을 통해 '류가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현대 중국과 그 지도부의 두려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핵무기를 통제하고 국제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한 용기 있는 양심적인 남성이 옹호하는 민주적 사고에 대해서는 듣기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NYT는 중국 당국이 마지막 순간까지 류샤오보 자신과 그의 메시지를 통제하려 했다면서 그의 마지막 병상 모습을 허락도 없이 선전용으로 공개했다고 비난했다.
NYT는 또 서방 지도자들이 인권에 관한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납작 엎드린 채 류샤오보가 사망할 때까지 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NYT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처신을 혹평하는 가운데 지난주 독일 G20에서 시 주석을 만났을 때 류샤오보 건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류가 사망한 지 불과 수 시간 후 파리에서 오히려 시 주석을 칭찬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NYT는 류샤오보가 추구해온 보편적 가치를 포용하는 근대 중국의 꿈은 이를 짓밟아 온 중국 지도자들보다 오래 존속할 것이라면서 이를 무자비하게 억누르려는 지도자들의 기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어 중국이 조만간 정치적 개혁을 단행할 조짐은 전혀 없으나 중국 내에서 3만4천 명이 류샤오보의 석방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는 적지만 의미 있는 평화적인 행동이라고 주목했다.
가디언 역시 사설을 통해 구금됐던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 상태에서 사망한 것은 히틀러 나치 정권 이래 처음이라면서 이는 중국의 수치이자 아울러 세계양심의 오점이라고 자탄했다.
또 독일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도자 개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석방을 촉구한 것은 대만 차이잉원 총통 한사람뿐이라고 소극적 대응을 꼬집었다.
가디언은 국제사회의 때늦은,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한 노벨상위원회에 동감을 표명하는 가운데 상당수 중국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류샤오보의 석방 노력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기회를 저울질하는데 바빴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류샤오보가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에게 영감이었으며 2008년 그를 전복선동죄로 처벌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면서 국제사회가 최소한의 항의에 그치는 바람에 중국 당국이 거리낌 없이 탄압에 나설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으며 노벨상 수상식의 빈자리는 영구히 채워질 수 없게 됐다면서 이제 국제사회는 아무런 죄도 없이 연금상태에 있는 그의 부인의 출국을 허용하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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