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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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두식(신하균 분)은 쇠락해 가는 압구정 상권에서 DVD방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다.
파리만 날리는 DVD방을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 분)에게 맡겨 두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밀린 월세는 물론, 아르바이트비도 못 주는 처지다. 하루라도 빨리 DVD방을 처분해 약간의 권리금이라도 받아내는 게 두식의 최대 목표다.
아르바이트생 태정은 불어난 학자금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청년이다. 아르바이트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대출을 갚기 위해 불법적인 거래에까지 얽히면서 DVD방 7호실에 자신의 '비밀'을 숨기게 된다.
두식 역시 새로운 조선족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예상치 못한 곤경에 빠지고 가게를 무사히 팔기 위해 DVD방 7호실에 무언가를 숨긴다.
하나의 밀실에 두 개의 비밀을 숨기게 된 두 사람은 점점 꼬여가는 상황 속에서 각자의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고 살벌한 눈치 게임을 벌이며 고군분투한다.
지난 13일 개막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 '7호실'은 청년세대의 고용불안을 다룬 '10분'(2013)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용승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한때는 번영했으나 현재는 쇠락한 서울의 압구정 상권을 배경으로 망해가는 DVD방을 팔아치우려는 두식과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아르바이트생 태정이 예상치 못한 곤경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고군분투를 그려낸다.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든 7호실의 문을 닫아야만 하는 두식과 어떻게든 7호실의 문을 열어야만 하는 태정이 살벌한 눈치 게임을 벌이는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뒤늦게 한물간 DVD방에 뛰어들어 집까지 날린 두식은 건물주의 밀린 월세 독촉과 보증금 월세 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을'이다.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는 태정 역시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악덕 고용주 두식 밑에서 불법 거래를 하는 조폭에게까지 휘둘리는 '을'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국 사회가 만든 약자들의 비루하고 어두운 삶을 그리지만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절묘하게 버무려 코믹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영화제 측은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시대 약자들의 씁쓸한 현실을 스릴러와 액션을 가미한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뚝심 있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평했다. 하반기 개봉 예정.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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