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절대 빈곤층이 10년 만에 약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통계청(Istat)은 생필품 구입과 필수 서비스 접근이 어려울 정도의 절대 빈곤층이 작년 기준으로 약 47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2006년 170만명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총 160만 가구, 전체 인구의 7.9%에 해당하는 빈곤층은 남부에 집중돼 있다고 Istat는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2차 대전 이래 최악, 최장으로 꼽히는 경기 후퇴를 겪으며 산업 생산이 4분의 1가량 감소하고, 실업률이 껑충 뛴 탓에 빈곤율도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 5.7%이던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2014년 13%대로 올라서며 정점을 찍었고, 지난 5월 기준으로 11.3%에 머물고 있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빈곤층 증가와 실업률 상승 속에 여성 1명당 합계 출산율은 1.35명에 그쳐 유럽연합(EU) 평균 1.58명을 훨씬 밑돌고 있다.
저조한 출산율은 지난 해 미성년 자녀를 3명 이상 두고 있는 가정의 절대빈곤율이 전년의 18.3%에서 26.8%로 껑충 뛴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 가족협회의 지지 데 팔로 회장은 "이번 빈곤 보고서는 왜 이탈리아에 신생아가 적게 태어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아이를 갖는 것은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탈리아에서 이제 아이들은 공익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미성년층의 빈곤율은 12.5%로 상승한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빈곤율은 3.8%로 하락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CEI)의 눈치오 갈란티노 사무총장은 "정부와 정치인들은 사회 주변부로 버려진 막대한 숫자의 절대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시급한 정치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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