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사 하면서 '논농사' 허위 신청…술술 새는 농업직불금

입력 2017-07-2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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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농사 하면서 '논농사' 허위 신청…술술 새는 농업직불금

부당 수령 느는데 지자체 "인력 없다" 제대로 확인 안 해

농관원도 표본조사 그쳐…전국서 3년간 140명 불이익 받아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농업직불금으로 받은 31만7천840만원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밭작물을 재배하면서 논농사를 짓는다고 허위로 신청해 받아 챙겼던 것이 뒤늦게 들통난 것이다.


청주시에 제출한 서류에는 A씨 소유의 땅 1천22㎡가 논으로 돼 있다. 실제로는 밭작물을 재배하면서도 벼를 재배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서 2015년과 작년에 두 차례 쌀 소득 변동 직불금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시하는 쌀 목표가격(80㎏ 기준 18만8천원)이 시장가격보다 낮을 때 그 차액의 85%가량을 지원하는 게 쌀 소득 변동 직불금이다.

A씨가 허위로 서류를 꾸며 신청한 탓도 있지만, 현장을 점검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농민의 허위신청과 공무원의 현장확인 부실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일인데, 잘못 지급된 농업직불금 규모가 작지 않고 매년 허위신청이 되풀이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2016년 140명의 농민이 7천998만원의 농업직불금을 환수당했다.

농사를 짓지 않거나 농지를 대지로 전환, 집을 짓는 등 농업직불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직불금을 신청한 것이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직불금을 수령했던 140명의 농민은 5년 이내 추가 신청이 불허되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일선 시·도가 환수하는 농업직불금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극히 악의적으로 직불금을 신청한 농민들에게서 거둬들인 금액만을 집계하지만 일선 시·도의 경우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직불금을 받은 농민이 적발될 때는 지급 금액을 모두 회수하고 있다.

문제는 회수 금액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충북도의 경우 최근 3년간 환수한 농업직불금은 2억2천770만원에 달한다.


벼나 밭작물을 재배하지 않는데도 지급된 직불금이 1억5천440만원이고 농지를 대지 등으로 용도 전환됐는데도 지급된 직불금이 3천330만원, 허가를 받지 않고 국유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지급된 직불금이 2천890만원이다.

직불금 신청 농민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직불금을 수령하면 직불금 환수 처분에다가 5년 이내 재신청이 제한되는데도 허위신청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올해 청주시가 시행한 읍·면·동 종합감사에서도 농업직불금 부당 수령자가 줄줄이 적발됐다.

2015∼2016년 총 150만원의 직불금을 받은 청원구 북이면 농민 11명, 같은 기간 총 238만원을 수령한 서원구 현도면 농민 4명에게 회수 처분이 내려졌다.

같은 기간 총 47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상당구 문의면 농민 2명도 이 돈을 반납하라는 연락이 갔다.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상 농민들이 농업직불금을 신청하면 시·군이 서류심사와 심사위원회 심사, 현장심사를 하며 지자체 의뢰를 받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이행 점검에 나선다.

그러나 지자체 현장심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읍·면·동사무소에서 농업직불금 업무를 담당한 직원 1명이 일일이 농가를 찾아다니며 허위신청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처지이다.

농관원 역시 표본조사(벼 50%, 밭작물 40%)를 하는데, 이 조사를 용케 피한 농민은 허위신청을 하고도 농업직불금을 받게 된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이행 점검 과정에서 신청 내용과 다를 경우 농업직불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필지의 경우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다"며 "전수 조사 실시는 현 인력구조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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