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파업 발생 않도록 신중 판단하길"…노조 "회사 교섭지연에 압도적 찬성"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현대차 노조는 상급노동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최대 사업장 노조로 조합원만 5만 명을 웃돈다.
노조는 13일과 14일 전체 조합원 5만274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한 결과 4만4천751명(투표율 89.01%)이 투표해 3만3천145명(재적 대비 65.93%)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10일간 조정 기간이 끝나는 18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가 올해 파업하면 2012년부터 6년 연속이다. 합리 노선의 노조 집행부 시절인 2009년부터 2011년 유일하게 3년 연속 파업 없는 무분규를 기록한 이래 매년 파업하고 있다.
노사는 올해 예년보다 한 달 이른 4월 20일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교섭을 시작했다.
3개월가량 이어진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가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교섭 20차례 만인 지난 6일 노조가 전격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임금 15만4천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했다.
사회공헌기금 확대와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해고자 복직, 일부 조합원 손해배상·가압류·고소·고발 취하, 퇴직자 복지센터 건립 등도 요구안에 넣었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전면파업을 포함한 24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이에 따른 회사의 생산 차질 누계는 역대 최대 규모인 14만2천여 대, 3조1천여억원으로 추산됐다.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는 영업이익 하락을 이유로 끊임없이 경영위기를 조장하고, 생산에 전념한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며, 경영진의 무능으로 인한 경영위기는 한마디도 없다"고 밝혔다.
또 "회사의 억지 주장과 무성의한 교섭 태도, 교섭지연 전술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압도적인 파업 찬성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17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 이후 18일 중앙쟁대위 회의에서 향후 투쟁 일정을 정하고, 20일 쟁대위 출범식 집회를 열기로 했다.
노조가 다음 주 당장 파업에 들어갈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경제 위기 속에 대기업 노조가 파업한다는 데 대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질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시장 판매 급감으로 경영상황이 힘든 시기에 노조가 파업을 선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리고 영세한 부품업체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파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조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만 울산양산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어려운 협력업체를 위해서라도 노조가 파업 만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노사가 합리적으로 협의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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