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따라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화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모태범(28·대한항공)의 마음은 남다르다.
21살 대표팀 막대로 '조용히' 출전했다가 한국 첫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거는 '사고'를 쳤던 밴쿠버올림픽이나, 이후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나섰으나 좋은 성적에도 메달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소치올림픽 때와는 다르다.
지금은 그를 향한 기대도, 그에 따른 부담도 앞선 두 올림픽의 절반쯤이다.
다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을 벗어나 강원도 화천에서 체력 단련 중인 모태범은 14일 "처음엔 대표팀 막내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대표팀 주장이 됐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후배들 잘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반성도 많이 하고 후배들 따라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밴쿠버 때의 '깜짝 선전'으로 전성기가 너무 빨리 찾아왔고 그랬기 때문인지 소치올림픽 전후로 깊은 슬럼프도 찾아왔다.
특히 500m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내고도 네덜란드 선수들에 밀려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따지 못한 소치올림픽 때의 아쉬움이 워낙 커서 7살 때부터 한 번도 쉬지 않던 운동을 놓고 싶다는 마음까지 갖게 됐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110㎏까지 불어날 정도로 몸도 망가졌다.
그렇게 선수 생활이 일찌감치 끝나는가 싶던 모태범은 그러나 몇 개월 만에 마음을 다시 한 번 추슬렀고, 지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내며 재기에 나섰다.
모태범은 "은사님들을 비롯해 주위 분들이 많이 잡아주셔서 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라는 것이 평생 올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목표의식이 생겼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었으면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도 슬럼프도 빨리 겪었기 때문인지 대표팀 맏형이라는 나이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차분하고 성숙해졌다. 마음도 비웠다.
팔에 문신으로 새긴 '절제하고 절제하라. 말보다 행동'이라는 문구만큼이나 말도 아꼈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에 대해 모태범은 "부담되기보다는 차분해지고 있다"며 "후배들 보면서 후배들에게 안 지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큰 욕심이 있긴 하지만 일단 2014년 이후 좋은 성적이 없었기 때문에 작년 시즌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며 "소치 때보다는 몸 상태는 좋아진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드러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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