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시구 행사 뜻깊어…아버지로서 기쁘게"
"이종범 선배 아들 이정후, 아버지 뛰어넘는 선수 되길"
"크고 작은 사건들…나를 비롯한 야구 선수들 반성해야"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그라운드 안팎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는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유일하게 '긴장을 풀고 나서는 경기'가 올스타전이다.
하지만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치르는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은 다르다.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14일 이승엽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11번째 올스타전이다. 아직은 '내일 올스타전도 그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기자회견장에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오셔서 놀랐다"며 "올스타전이 열리는 내일은 뭔가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프로 3년 차이던 1997년 대구 시민구장에서 생애 첫 올스타전을 치른 이승엽은 20년의 세월을 지나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현역으론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른다.
이승엽은 자신에게, 그를 지탱해 준 가족들에게, 그리고 팬에게 뭔가를 선물해주고 싶다.
이승엽은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왕답게 '홈런 스윙'을 약속했다. 아들과 함께하는 시구 행사에도 공을 들일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 내일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른다.
▲ 11번째 올스타전을 치른다. 아직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일 정도가 되면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을 것 같다. 기자회견에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오셔서 놀랐다.
-- 두 아들과 시구 행사를 한다.
▲ 은혁(13)이가 시구를 하고, 은준(7)이가 시타를 한다. 오늘도 실내 연습장에서 캐치볼을 함께 했다. 은혁이는 이제 내가 꽤 유명한 선수라는 걸 아는 것 같다. 예전에는 빨리 은퇴하라 하더니, 이젠 선수 생활을 더 하라고 하더라. (웃음) 현역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선다. 멋지게 해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올스타전 본 경기 때도 초반에는 더그아웃에서 아들 둘과 함께 경기를 볼 생각이다.
-- 아직 올스타전 MVP에 뽑힌 적이 없다.
▲ 항상 MVP를 받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1997년 첫 올스타전을 대구 시민구장에서 치렀고, 그때 홈런을 쳤다.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에서도 홈런을 치면 좋을 것 같다. 내일은 팀 배팅보다는 홈런 스윙을 하겠다. 얻어걸려서라도 담장을 넘기고 싶다.
-- 홈런 세리머니는 준비했는가.
▲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일 홈런을 치면 기분이 좋을 테니 웃으면서 그라운드를 돌 것 같다. 정규시즌 때는 홈런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홈런을 쳤을 때는 세리머니를 했다. 당시 대표팀에서 함께 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그 장면을 기억한다. 대호나 내가 홈런을 치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그때 세리머니를 하지 않을까.
-- 이대호와 한 팀에서 뛰는 기분은.
▲ 정말 오랜만이다. 후배지만 이대호는 존경할만한 야구 선수다. 내가 가지지 못한 유연성을 갖췄다. 내일 하루지만, 이대호와 함께 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 함께 현역 생활을 한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가 함께 올스타에 뽑혔다.
▲ '아,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올스타전에 처음 뽑혔을 때(1997년) 이정후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웃음) 몇 년 전에 이종범 선배가 '아들이 청소년 대표에 뽑혔다'고 하셔서 배팅 글러브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훌륭한 선수로 자랐다. 아버지의 빛이 워낙 강해서 부담됐을 텐데 신인으로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대단한 선수가 됐다. 야구 2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올스타 선발을 발판 삼아서 넥센의 최고가 아닌, 아버지보다 잘하는 야구 선수가 되길 바란다. 언젠가는 이런 조언을 하고 싶었는데, 이정후가 처음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시점에 이런 말을 하게 돼 기쁘다.
-- KBO가 준비한 여러 행사를 고사했는데.
▲ KBO에 정말 감사하다. 서울 원정을 치를 때 KBO 마케팅팀 직원이 직접 찾아와서 상의할 정도로 나를 예우해주셨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올스타전이 아닌 프로야구 전체의 축제다. 아들과 함께하는 시구 행사, 팬들과 만날 사인회 정도면 충분하다. 내 의견을 받아들여 주신 KBO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 후배들이 '이승엽 선배와의 올스타전'에 의미를 둔다.
▲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 나도 이만수 선배, 박철순 선배를 우상으로 삼고 성장했다.
-- 최고령 올스타 선발 출전 기록을 예약했는데.
▲ 무척 영광이다. 하지만 이제 프로야구의 무게 중심이 젊은 선수들에게로 옮겨가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을 넘어서야 프로야구가 발전한다. 젊은 선수들이 반성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프로 선수로서 반성해야 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선수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올스타전에도 실력은 물론 어린이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뽑혔으면 한다.
-- 마지막 올스타전이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
▲ 시즌을 치르면서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후반기에 치를 경기는 정말 특별하고 소중하다. 최선을 다해서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고, 후회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다. 하지만 올스타전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내가 출전할 경기가 남아 있지 않나.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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