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아직도 진행 중…현장서 사망한 용의자와 IS 연결고리 밝혀진 바 없어
기존 대형 테러 전형적 특성 없어…'극단적 폭력에 매혹된 정신이상자 소행'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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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작년 7월 14일 남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의 평화로운 저녁.
니스 중심가의 유명 해변 산책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불꽃놀이를 구경하려던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19t짜리 대형 트럭이 들이닥쳤다.
대형 흉기로 돌변한 트럭의 '광란의 질주'로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퍽퍽'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 피를 쏟으며 죽어갔다.
남불의 세계적인 휴양도시 니스는 순식간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생지옥으로 바뀌었고, 86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다. 부상자는 430명에 달했다.
니스 테러가 일어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지만, 경찰과 정보당국의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31세의 튀니지 출신 프랑스 청년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테러 당시 경찰의 총격으로 트럭 운전석에서 숨진 용의자 모하마드 라후에유 부렐(31)은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았다는 정황 증거들만 조금 확인됐을 뿐, IS와의 연계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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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유럽에서 발생했거나 모의 단계에서 적발된 대형 테러의 용의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테러집단의 지시를 받았거나 이들을 추종해왔다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지만, 니스 테러는 예외였다.
부렐이 범행을 하기 전에 IS나 그와 연계된 세력의 지령이나 지원, 또는 직간접적 지지를 받았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교적 극단주의에 경도돼 테러를 벌이는 사람은 특정 조직에 대한 충성 서약과 배후세력을 알리는 증거(쪽지나 영상 파일)를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니스 테러는 이런 공식을 완전히 벗어났다.
다른 테러범들이 보통 IS 조직원과 암호화된 메시지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과 달리, 부렐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프랑스 정보당국은 그런 내용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부렐이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누구에게 교육을 받거나 지시를 받은 내용 자체가 없는 것이다.
IS는 사건 이틀 뒤 부렐이 "IS의 이슬람성전 전사(지하디스트)"라며 "그가 연합군 국가의 시민을 표적으로 삼으라는 우리의 부름에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S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그가 IS와 접촉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프랑스 경찰은 부렐과 범행을 공모한 튀니지와 알바니아 출신 지인들을 체포해 조사했지만, IS와의 연결고리는 밝혀내지 못했다.
현재까지 부렐이 IS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단서는 그가 2015년 8월 이탈리아의 빈티밀이라는 지역을 방문했을 때 검문기록이 거의 유일하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부렐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자주 방문했다는 증언을 입수해 니스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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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렐과 함께 검문을 당한 3명의 인물 가운데 '오마르 H'라는 30세 남자가 이슬람 극단주의 그룹에 가담한 인물로 정보당국에 파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사 결과로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기보다는 정신이상자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극단적인 폭력성과 잔혹성에 경도된 부렐이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아닌 IS가 각종 영상에서 보여준 잔혹한 테러 방식에 이끌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범행 전까지 IS 연계 테러조직의 인질 참수 영상과 여러 시체 사진을 자주 들여다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이와 관련, 2000년대 초반 튀니지에서 부렐을 진료했던 정신의학 전문의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바 있는데, 이 의사는 부렐이 정신질환의 초기 증세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의 증언도 정신이상자의 행동이라는 수사방향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부렐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격분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앞에 있는 것들을 모두 부수곤 해 우울증약을 복용했다"면서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에도 단식하지 않았으며 술과 마약도 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니스의 플라스 마세나 광장에서 군경의 삼엄한 경계 속에 열린 테러 1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리고 당시 '광란의 질주'를 멈추는데 일조한 시민과 경찰관의 공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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