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주춧돌' 서울대 신희택 교수, 사시와 나란히 정년퇴임

입력 2017-07-15 09:36  

'로스쿨 주춧돌' 서울대 신희택 교수, 사시와 나란히 정년퇴임

DJ때 로스쿨 기초작업…통상분야 최고 변호사서 교수 변신

'금수저 로스쿨' 비판에 "이제까진 과도기…사회적약자 입학기회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교수는 씨를 뿌리고 가꿔서 수확을 얻는 농부와 비슷합니다. 농부의 마음으로 지난 10년간 법조인을 양성했으니 이들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이 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희택(65) 교수는 다음 달 정년퇴임을 앞둔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신 교수는 2007년 이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특채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27년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일한 그는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교수직을 택했다.

그의 행보는 오래 전부터 남달랐다. 서울대 법대와 사법연수원(7기)을 수석으로 마친 그는 연수원생 대부분이 판·검사를 선호하던 시절 과감히 로펌행을 택했다. 1980년 김앤장에 들어간 뒤 미국 예일대에서 국제통상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상과 국제투자거래 분야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07년 국내 20대 로펌 대표변호사들이 선정한 '최고 전문변호사 12명'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신 교수는 '제2의 인생'으로 교수를 택한 이유를 묻자 "로스쿨 제도 도입에 관여한 뒤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자 실무교육에 기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어서였다"고 답했다.

그와 로스쿨의 인연은 김대중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교수는 김대중 정부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방안을 추진했다.

로스쿨 제도 입법은 노무현 정부에서야 이뤄졌다. 2007년 7월 로스쿨 법안이 통과돼 2009년부터 운영됐다.

"지난 10년은 로스쿨 제도 정착을 위한 과도기였다"고 규정한 신 교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춰 법률가 상(像)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 도입 성과로 탈권위주의를 꼽았다.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들이 배출되면서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법조인 상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정년을 맞은 올해는 공교롭게도 마지막 사법시험이 치러진 해이다. 사시는 지난달 21일 제59회 2차 시험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사시 존폐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시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부유층 자녀들만 로스쿨에 입학하고 있다"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고 비판한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해 "사회적 약자에게 공부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입학 전형을 다변화하고 장학금 지원을 강화하는 등 로스쿨 제도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문제점이 있다고 큰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며 "로스쿨의 원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문제점을 보완·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 "로스쿨의 목적은 법 기술자를 양산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법연수원과의 단순 비교를 경계했다.

"물론 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소장 쓰는 실력을 겨룬다면 당장은 연수원 출신이 앞설 겁니다. 하지만 로스쿨은 사회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는 폭넓은 지식을 지닌 법률가, 사고 깊이가 남다른 법률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신 교수는 로스쿨 발전을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흔히 법률가의 활동 분야를 사법부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입법부와 행정부, 민간과 국제분야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고 변호사시험 제도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퇴임 후 김앤장으로 돌아갈 계획인지 묻자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는 "퇴임 후를 위해 최근 사무실을 하나 마련했다. 개인적으로 연구하면서 국제투자분쟁 중재 업무도 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리를 잡는 대로 예비 법조인들에게 국제거래와 국제투자분쟁 실무교육 강의도 할 예정이다.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고 재능 기부 차원이라고 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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