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첫 타석 초구에 홈런…퓨처스 올스타전에서도 홈런포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저 이제 스무 살입니다."
김태연(20·한화 이글스)에겐 나이가 무기다.
김태연은 짧은 1군 생활에서 겪은 시행착오도 도약을 위한 자산으로 삶을 수 있는 '스무 살'이다.
2017 KBO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만난 김태연은 "15일 동안 1군 생활을 했다. 너무 짧아 아쉽지만, 내 미래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짧지만 강렬했다. 그의 이름을 알리기까지 필요한 건 딱 공 1개였다.
김태연은 6월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1-0으로 앞선 2회 말 2사 1루, 첫 타석에 들어선 김태연은 신재영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왼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KBO리그에서 처음 1군에 등록한 날, 초구에 홈런을 친 건 김태연뿐이다.
'새 얼굴'을 기다리던 한화 팬은 김태연의 등장에 환호했다.
김태연은 "야구를 시작하고 그렇게 많은 응원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1군에 올라간다는 말을 듣고선 친구들에게 '초구에 홈런 치겠다'고 했는데 정말 현실이 됐다"고 했다.
기분 좋게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다. 나는 정말 복 받은 선수"라고 웃었다.
하지만 김태연은 이후 1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는 "1군 투수들의 변화구에 당했다. 경기 뒤 영상을 다시 보고선 '너무 성급했다'고 자책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태연은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의 강렬한 기억을 남기고 6일 2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정경운의 대체선수로 퓨처스 올스타전에 나섰다.
김태연은 "2군으로 다시 내려왔다는 아쉬움과 '주목받는 경기에 나선다'는 기대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도 김태연은 특유의 장타력을 과시했다. 아쉬움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남부 올스타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태연은 3회 초 방건우(두산 베어스)의 시속 122㎞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김태연은 "나는 아직 무명의 스무 살짜리 타자다. 보여줄 수 있을 때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홈런포로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1군에 머문 보름 동안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보여드릴 시간이 많다. 아쉬웠지만, 좌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진 각오 한 마디는 무척 강렬했다.
"다음에 1군으로 올라가면 홈런 하나로 끝내지 않겠습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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