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논란 야기한 본점·잠실점 4개 식당 퇴점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롯데가 내·외부에서 해묵은 적폐로 지적받아온 이른바 '서미경 식당'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서미경 식당'이란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 씨가 실소유주인 유한회사 유기개발이 롯데백화점 내에서 운영해온 식당이다.
유기개발은 수년 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롯데그룹의 위장계열사로 지목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사실을 숨긴 신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유기개발이 롯데백화점 내에서 운영해온 식당들은 '재벌가 일감 몰아주기'의 주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에서 10년 넘게 영업해온 '서미경 식당' 4개 업소를 내년 1월까지 모두 내보내기로 유기개발 측과 합의했다고 16일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잠실점 유경(비빔밥전문점)은 9월 말, 소공동 본점의 유원정(냉면전문점)과 마가레트(커피전문점), 잠실점의 유원정은 내년 1월 말까지 퇴점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들 식당이 퇴점한 자리에는 유명 맛집을 유치할 방침이다.
이들 식당은 이미 올해 초 롯데백화점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6개월 넘게 '버티기 영업'을 해와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롯데백화점 주요 점포 내 알짜배기 식당 영업을 통해 서 씨가 지금까지 챙긴 금전적 이익만 1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퇴거해달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유기개발 측에 보냈으나 유기개발은 버티기로 일관하며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롯데와 유기개발의 퇴점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구 시대 재벌가의 오랜 적폐 중 하나를 새 정부 출범 뒤에도 해소하지 않고 버틸 경우 새 정부의 개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유기개발을 롯데그룹 위장계열사로 지목했던 곳이 바로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었던 경제개혁연대"라며 "김상조호 공정위가 출범했는데도 마냥 버티기로 일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 안팎에서는 서 씨가 신 총괄회장이 아끼는 사실상의 '셋째 부인'인 데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개인 최대 주주이기도 해 롯데가 이들 식당을 함부로 퇴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서 씨와 딸 신유미(34) 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분은 애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양도 및 편법 상속 등을 통해 서 씨 모녀에게 넘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6.8%에 달하는 서 씨 모녀 지분은 신 총괄회장(0.4%)뿐 아니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1.6%), 신동빈 롯데 회장(1.4%)보다도 많다.
이 때문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신동빈 회장이 서 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들 식당을 퇴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신 회장으로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쥔 서 씨의 직·간접적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경영권 분쟁 발발 2년 만에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처음 독대해 대화를 나누는 등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도 '서미경 식당' 퇴출의 배경이 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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