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질문 모두 삭제'…中외교부, 철저한 흔적 지우기

입력 2017-07-15 10:47  

'류샤오보 질문 모두 삭제'…中외교부, 철저한 흔적 지우기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 기록서 제외…"게시내용 선택할 권리 있어" 반박

모바일 메신저 대화도 철저 통제…'류샤오보' 포함된 문장 전송 안 돼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간암으로 투병하다 별세한 중국 민주화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한 추모 물결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당국은 그의 흔적을 철저히 지우는 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당국은 포털사이트와 검색엔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류샤오보와 관련한 정보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물론 중국 국민이 관련 정보에 접촉할 수 있는 통로를 철저히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류샤오보가 사망한 뒤 처음으로 열린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 기록은 류샤오보와 관련한 질문들이 모두 제외된 채 게시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전에도 간혹 민감한 사안을 제외하고 질의응답 기록을 게시하긴 했지만, 이날 브리핑의 질문 대부분이 류샤오보와 관련된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통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날 브리핑에서 나온 30개 가까운 질문 중 류샤오보와 관련된 질문은 3분의 2에 달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류샤오보와 관련한 질의응답 기록을 왜 게시하지 않느냐는 외신 기자들의 지적에 "각 언론사가 보도할 이슈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선택권이 있다"면서 "모든 질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부 기관의 정보 통제가 강해지는 만큼 SNS나 모바일 메신저 등 사적인 영역에 대한 통제 역시 정교해지고 있다.

세계 주요 인사와 국가의 추모가 이어지면서 류샤오보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4일에는 류샤오보에 관한 정보 통제가 한 층 더 강화됐다.

이용자 수가 10억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서는 '류샤오보'와 그의 부인 '류샤'(劉霞)의 이름이 포함된 문장은 전송이 금지됐다.

류샤오보가 사망한 13일까지는 이와 같은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당국이 사적인 영역까지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 국민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중국인 회사원 A(26)씨는 "류샤오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만든 단체 대화방에서 관련한 대화를 나눴는데 어제(14일) 갑자기 '류샤오보' 이름이 들어간 문장이 전송되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사적인 대화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 무섭기도 하고, 혹시나 해를 입을까 봐 대화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친구들과 상의해 대화방을 없앴다"고 말했다.

대학생 B(23)씨도 "'류샤오보'가 포함된 문장이 전송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진짜 전송이 되지 않아 놀랐다"면서 "대화를 나눌 때 '류X보' 이런 식으로 대체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감시받고 있다는 찝찝한 느낌이 들어 결국에는 류샤오보와 관련 대화를 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당국의 이 같은 강력한 통제는 류샤오보의 죽음이 중국 내 인권 신장과 민주화 요구를 촉발시켜 올해 가을 열릴 예정인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19차 당대회가 10월 말이나 11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류샤오보의 죽음은 중국 지도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류샤오보와 관련한 중국당국의 통제는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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