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류샤오보 시신 '속전속결' 화장처리…논란 조속 잠재우기

입력 2017-07-15 12:47   수정 2017-07-15 13:20

中 류샤오보 시신 '속전속결' 화장처리…논란 조속 잠재우기

中당국 "유해 바다에 뿌려라"…유족, 외부와 연락차단하기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당국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시신을 사망 이틀만에 화장 처리하며 논란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날 오전 6시30분(현지시간)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원난(溫南)구 빈의관에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를 비롯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류샤오보 시신을 화장했다.

제대로 된 장례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사망 이틀만의 시신 처리다.

당초 유족들은 망자가 숨진 지 7일째 되는 날 음식을 준비해 넋을 위로하는 두칠(頭七)이라는 중국의 민간장례 풍속대로 류샤오보 시신을 7일간 보존하길 바랐으나 중국 당국의 성화로 서둘러 화장을 치르게 됐다고 홍콩 소재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가 전했다.

중국 정부는 또 류샤오보 시신을 화장한 다음 유해를 바다에 뿌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류샤 등 유족들이 외부와 연락을 하지 말도록 차단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는 해외에서 일고 있는 중국 인권 논란을 조기에 잠재우고 자국내 민주화 요구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의도가 묻어있다.

국제 인권단체와 외신들은 류샤오보가 지난 5월말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서 2개월도 안돼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을 따져보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여기에 류샤오보의 해외 이송치료 요구도 거부했다.

이에 따라 류샤오보의 건강 악화와 관련한 의혹을 은폐하고 류샤오보 문제가 자국의 인권침해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조기 화장을 밀어붙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또 반체제인사인 류샤오보의 묘지가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 될 것을 우려해 시신의 화장 처리를 강요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류샤오보 사망이 중국내 또다른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되는 것은 가장 기피하고 싶은 사태다.

실제 중국에서는 중요 인사의 사망과 추모가 큰 사태로 번지는 일이 많았다. 1989년 6월 100만명이 참여한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사태도 당시 개혁파 지도자였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망을 추모하며 재평가를 요구하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후야오방 전 총서기나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사망 주기에는 추모 활동을 봉쇄하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한다.

류샤오보 사망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은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영매체에서 류샤오보 관련 소식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물론 포털사이트와 검색엔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류샤오보와 관련한 정보가 모두 차단돼 있다.

심지어 류샤오보가 사망한 뒤 처음으로 열린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의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 기록에서도 류샤오보와 관련한 질문들은 모두 삭제된채 게시됐다.

특히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올 가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2기 체제를 맞이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내부의 정치사회적 안정이 긴요한 시점이다.

사망 이틀만에 류샤오보 시신을 화장 처리하고 나선 것은 중국 지도부가 류샤오보 문제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과 조급증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 중국 전문가는 진단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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