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국내 '보호무역 반대' 목소리…트럼프 발목잡나

입력 2017-07-16 07:01  

커지는 미국내 '보호무역 반대' 목소리…트럼프 발목잡나

버냉키·그린스펀, 철강 조사 비판…태양광업계도 세이프가드 반대

FTA 폐기시 미국 피해 더 커…무리한 요구하기 쉽지 않을듯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보호무역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목소리를 외면하고 자동차와 철강 등 일부 산업만을 위한 보호무역을 강행할 경우 만만치 않은 내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역대 미국 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15명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철강의 안보 영향 조사'에 반대한다는 공개서한을[https://www.americanactionforum.org/wp-content/uploads/2017/07/Steel-Tariff-Letter-7_12_17.pdf] 보냈다.

벤 버냉키·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맨큐의 경제학' 저자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은 서한에서 철강 조사에 따른 보호무역 조치가 미국에 큰 경제·외교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으로 구성된 이들은 "우리는 여러 정책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게 해롭다는 데는 거의 다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이 이미 철강에 150건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 점을 지목하고서 "미국의 주요 철강 수출국은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와 같은 중요한 동맹국인데 더 이상의 관세는 이들 우방과의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추가적인 철강 관세는 오히려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관세는 제조업체 비용을 올려 제조업 일자리를 줄이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시킨다"고 말했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등 수입 태양광전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세이프가드 조사가 "태양광 산업 전체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SEIA는 ITC에 보낸 공개 서신에서 "관세 등 무역장벽은 수입산 태양광전지로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미국 업체들의 비용을 높이는 등 태양광 산업 종사자 26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미 곡물협회 칩 카운셀 회장도 최근 미 농업 전문매체 '피드스터프'에서 한국이 미국 농산물의 5번째 수입국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미국 농가와 농업 관련 기업은 한미 FTA가 발효한 이후 상호 호혜적인 무역협정의 가치를 평가해왔다"고 말했다.

미 곡물협회가 한미 FTA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한미 FTA의 순기능을 높이 평가한 점에 비춰 협정 폐기만큼은 바라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의 마이론 브릴리언트 부회장도 지난달 27일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은 "성급한 실수(rash mistake)"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이 한국에 차라리 협정 폐기를 고려할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지난 13일 "한미 FTA는 미국 업계에 굉장히 중요한 협정"이라며 "한미 FTA를 하루아침에 폐기하면 미국 업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한미 FTA 덕분에 양국 기업이 절감한 관세가 미국 측 약 21억 달러에 한국 측 약 12억 달러로, FTA를 폐기하면 미국 기업이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등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추산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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