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 남편에 "언젠가 당신 떠나게 될 날…어두운 길 홀로가겠다"는 시 헌사
시인·화가·사진작가인 류샤 '류샤오보와 동행하는 방법' 사진집 출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타계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부인 류샤(劉霞)의 사진집에 쓸 서문으로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유언처럼 남겼다.
홍콩 돤(端) 미디어는 류샤의 친구로 출판사 편집자인 G씨는 최근 류샤오보가 병상에서 작성한 류샤의 사진집 '류샤오보와 동행하는 방법'(Accompanying Liu Xiaobo)의 서문 원고 사진을 넘겨받았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서문은 류샤오보가 남긴 마지막 유언이자 부인에게 전하는 마지막 선물이 됐다고 돤 미디어는 전했다.
"나의 찬미는 용서하기 어려운 독약이 될 것"으로 시작되는 서문은 부인 류샤를 별명 샤미(蝦米·작은 새우)로 부르며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글 속에는 부부가 처한 암울한 상황도 나타난다.
류샤오보는 '샤미의 난폭한 명령'이라며 "샤미가 나를 위해 죽을 끓이러 가면서 360초안에 세상을 흔들만한 가장 아름다운 찬미시를 쓸 것을 요구했다"고 이 서문을 쓰게 된 배경을 장난스럽게 전했다.
그는 "찬미는 내 일생의 숙명이자, 북극곰이 망망 백설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픈 본능이 됐다"면서 자신의 죽음을 짐작한 듯 "지금 가장 유감인 것은 앞으로 샤미를 위해 또다른 시화 전시회를 열어주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적었다.
시인이자 화가, 사진작가인 류샤는 지난 2013년부터 가택연금돼 있다가 지난 5월말에야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가석방된 류샤오보와 재회했다.
류샤오보는 류샤에 대한 사랑이 "얼음처럼 격렬한 사랑, 검정처럼 아득한 사랑"이라며 "나의 용렬한 싸구려 찬사는 이들 시가 품고 있는 의미, 화풍, 사진 이미지에 대한 모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류샤오보는 글을 마치지 못한 채 G씨에게 "며칠 미룬 다음에 기운을 차리면 이 일(서문 작성)을 마치겠다"는 메모를 남겼다.
글을 쓴 지난 5일은 류샤오보의 병세가 극도로 악화돼 매우 허약한 상태였다. 그래서 글자도 판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G씨는 전했다.
수년전 류샤 사진집의 편집을 담당했던 G씨는 새로 출간하기로 한 사진집의 양장을 류샤오보에게 보내 보여준 다음 지인을 통해 류샤오보가 쓴 서문 원고의 사진을 넘겨받았다.
출간되는 사진집에는 주로 어둠 속 고통을 표현한 인형 사진들이 실려있다. 새장 속에 갇혀 꺼질 것 같은 촛불을 든 인형이나 헝겊으로 다리와 팔이 묶인 인형 사진도 있다.
아울러 부부의 인연, 자신이 겪은 연금생활의 고통 등을 담은 시도 포함돼 있다. 남편에게 헌사된 한 시는 "언젠가 그날이 오리라는 걸 알고 있다. 당신이 나를 떠나게 될 그날. 그러면 어두운 길을 홀로 걸어내려가리라"고 썼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