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세계 면세점 시장 점유율 1위인 국내 면세점 산업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로 매출이 감소했던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감소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16일 면세점 업계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02년 1조8천205억원에서 2003년 1조7천483억원으로 4.0% 감소했다.
당시 사스 사태로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관광객이 급감했다.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3월 15일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령'이 시행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내 면세점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에서는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35% 빠지면서 전체 매출이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최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사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매출 감소는 2003년 사스 사태를 제외하면 롯데면세점 창립 이후 유례가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신규면세점들의 경우 타격이 더 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면세점 연간 매출이 다시 10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은 연구위원은 "내국인 출국자 수가 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액 기여도가 높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10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할 전망이다"라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올해 면세점 시장 규모가 10조∼11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 관광객 수요의 정상화 시점과 회복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신규 사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고객 유치 비용 및 특허수수료 상승 등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 규모는 2004년 2조520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2008년 3조1천24억원으로 3조원 선을 넘어섰다.
2000년대 후반부터 면세점 매출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2010년 4조5천191억원, 2011년 5조3천716억원, 2012년 6조3천292억원 등 해마다 1조원 가까이 매출이 뛰었다.
유커(遊客)로 불린 중국인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최근 수년간 매출 증가세는 더 두드러졌다.
면세점 매출은 2014년 8조3천77억원, 2015년 9조1천984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12조2천757억원으로 10조원 벽을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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