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올림피아드 3관왕…"쉬운 길 대신 가진 지식 총동원해 문제 풀어"
31세에 스탠퍼드대 교수 임용…40세에 유방암으로 숨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이란 출신의 '수학 천재' 마리암 미르자카니(40)가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유방암으로 요절했다.
1977년 테헤란에서 태어난 그는 여고에 다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교장의 소개로 영재를 위한 특수 고교로 진학했다.
17세 때인 1994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이란 여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해 42점 만점에 41점을 받아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95년에도 이 대회에 나가 만점을 받아 금메달 2개를 또 땄다.
1999년 테헤란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으로 유학, 2004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클레이수학연구소 연구원,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를 지내다 4년 전 암이 발병해 투병해왔다.
전공 분야는 타이히 뮐러 이론, 쌍곡 기하학, 에르고드 이론, 위상수학 등이다.
2014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하학의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모듈라이 공간을 해석한 '리만 곡면의 역학·기하학과 모듈라이 공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필즈상을 받았다.
1936년 필즈상이 시작된 이후 여성 수상자는 미르자카니가 처음이다.
미르자카니는 수상 뒤 인터뷰에서 "10대에 수학을 공부하면서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내가 재능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개인 안에 내재한 창조성을 발현해줄 자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성이 수학에 약하다는 편견에 대해서 "여성이 수학을 공부하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제야 여성이 처음으로 필즈상을 받은 것"이라면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이를 이룰 수 없을 테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이른 죽음에 스탠퍼드 대학은 15일 낸 부고에서 "마리암은 너무 빨리 떠났지만, 그에게 영감을 받아 수학과 과학을 연구하는 수천 명의 여성에게 준 영향은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이어 "그는 뛰어난 수학자이면서도 자신의 영예가 그의 길을 따르려는 다른 이들을 격려하게 될 것만을 바란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다"면서 "그의 연구 성과가 폭넓게 수학계에서 채택됐으나 그는 수학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긴다고 말했다"고 평가했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수학 천재였음에도 미르자카니는 생전에 자신을 '느린 수학자'로 일컬었다.
문제를 빨리 풀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더 어려운 문제에 천착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 자세에 대해 "새로운 증명을 하기 위해 특별한 요령이 있는 건 아니다"며 "마치 정글에서 길을 잃었을 때 새로운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고 약간의 운이 따르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평소 큰 종이를 펴놓고 오랫동안 그래프와 공식을 쓰던 그를 보고 어린 딸은 "엄마가 화가처럼 일한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미르자카니는 한 인터뷰에서 "에너지를 더 써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
하버드대 재학시절 지도교수였던 커티스 맥뮐런 교수는 서툰 영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미르자카니를 "두려움 없는 야망으로 가득 찬 학생"으로 기억했다.
그의 고국 이란에서도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고위 인사들이 그의 죽음을 일제히 애도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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