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프랑스오픈, 올해 윔블던 결승서 윌리엄스 자매 연파
개인 4승 중 2승이 메이저 대회…세계 랭킹 5위로 도약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가르비녜 무구루사(15위·스페인)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는 여자 테니스계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무구루사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비너스 윌리엄스(11위·미국)를 2-0(7-5 6-0)으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는 세리나 윌리엄스(4위·미국)를 역시 2-0(7-5 6-4)으로 제압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영예를 안은 무구루사는 약 1년 만에 그랜드 슬램 우승 트로피 하나를 추가했다.
여자 테니스는 윌리엄스 자매가 20년 가까이 장기집권을 해왔다.
세리나가 1999년 US오픈, 비너스는 2000년 윔블던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올해까지도 세계 정상을 호령하고 있다.
올해 열린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세리나가 호주오픈 정상에 올랐고, 비너스는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준우승했다.
세리나가 임신으로 이번 시즌 출전을 중단하지 않았다면 '윌리엄스 가문'의 승승장구는 계속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너스가 37세, 세리나 36세로 조금씩 전성기에서 내려가게 되면서 다른 선수들이 윌리엄스 자매의 뒤를 잇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최근 여자 테니스계 흐름이다.
마리야 샤라포바(180위·러시아)는 지난해 약물 양성 반응으로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진 데다 나이도 30세가 되면서 다시 세계 정상에 복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9월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세리나의 3년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세계 랭킹 1위를 끝낸 안젤리크 케르버(1위·독일)는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면서 다음 주 세계 1위 자리를 카롤리나 플리스코바(3위·체코)에게 내주게 됐다.
플리스코바와 시모나 할레프(2위·루마니아) 등이 세계 1위를 놓고 케르버와 경쟁하고 있으나 이들은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 옐레나 오스타펜코(13위·라트비아)는 아직 20세로 어리고 좀 더 메이저 무대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
결국 메이저 대회에서 2승을 거둔 무구루사가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할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키 182㎝의 장신 무구루사는 어머니가 베네수엘라 사람으로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났다.
서브가 특별히 강한 편은 아니지만 기본기가 잘 갖춰진 스트로크에 안정감이 있고, 수시로 네트 앞으로 나가 네트 플레이를 구사하는 등 코트를 넓게 쓰는 스타일이다.
케르버와 16강전에서만 실책을 50개나 쏟아냈을 뿐 다른 6경기에서는 실책을 10개 안팎에서 막았을 정도로 집중력이 돋보인다.
특히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 잔디 코트 대회인 윔블던을 차례로 제패했고 자신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두 차례 우승은 모두 하드코트에서 일궈냈다.
개인 통산 네 번의 우승 가운데 2승이 메이저 대회고 메이저 대회 결승에 세 번 올라 두 번 이기는 등 두둑한 배짱도 그의 장점이다.
올해 24살인 무구루사는 경기를 마친 뒤 "1세트는 쉽지 않았다"며 "비너스에게도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먼저 1세트를 승리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17일 세계 랭킹에서 5위에 오르게 되는 그는 "2년 전 결승에서 세리나에게 패한 뒤 그가 나에게 '언젠가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오늘이 됐다"고 웃으며 "많은 관중 앞에서 열린 윔블던 결승을 이겨내 매우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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