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나처럼 다리 들고 치는 타자…이형종, 정말 잘 치더라" 덕담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최형우(34·KIA 타이거즈)의 진심 어린 칭찬과 조언이 이형종(28·LG 트윈스)을 들뜨게 했다.
이형종의 생애 첫 올스타전은 최형우 덕에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2017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이 열린 15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만난 이형종은 "최형우 선배님께서 칭찬해주셨다"고 환한 표정을 말했다.
올스타 무대가 낯선 이형종에게 최형우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최형우는 "다리를 들고 치는 타격하는 걸 유심히 봤다. 타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자센데, 정말 잘하고 있다"며 "타자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 성적을 내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이형종을 칭찬했다.
이형종은 "KBO리그 최고 타자인 최형우 선배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칭찬까지 해주셔서 정말 힘이 났다"고 했다.
둘의 타격 자세는 닮았다.
좌타자인 최형우는 자유족인 오른발을 크게 들어 올린다. 힘을 모아 칠 수 있는 타격 자세로 비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교함에는 약점이 있다. 변화구 공략에 어려움이 있고, 상대 투수가 오른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의식해 빠르게 투구하면 어정쩡한 자세에서 타격하게 된다.
최형우는 오랜 노력 끝에 약점을 줄였다. 상대 투수에 따라 오른발을 빨리 들거나 천천히 들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우타자인 이형종도 왼발을 크게 든 뒤 타격한다. 마른 체격인 그가 꽤 멀리 공을 보내는 것도 타격 자세 덕이다. 하지만 아직 이형종은 변화구 공략에 약점이 있다.
최형우는 "그 정도 약점은 모든 타자에게 있다"고 이형종을 격려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법'도 조언했다.
그는 이형종에게 "현재 타격 자세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되, 가끔은 다리를 들지 않고 노스텝으로 공략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상대 투수에게 낯선 기분을 안길 수 있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형우의 말을 경청한 이형종은 "타격 훈련할 때부터 시도해봐야겠다. 최형우 선배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형종은 2014년 10월 타자로 전향했고, 2016년부터 '1군 타자'로 뛰었다.
지난해 타율 0.282, 1홈런, 14타점으로 1군 무대에 연착륙한 그는 올해 타율 0.288, 5홈런, 26타점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초까지만 해도 이형종은 조바심을 냈다.
그는 "3·4월(타율 0.367)에 잘 치다가 5월(타율 0.152)에 성적이 뚝 떨어졌을 때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2군으로 내려가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휩싸였다"고 털어놨다.
선배들의 칭찬이 이형종을 바꿔놨다.
이형종은 "팀에서도 정성훈, 박용택 선배께서 '너 지금 정말 잘하고 있어. 경험만 더 쌓으면 돼'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나는 이제 2년째 타자로 뛴다. 선배님들 말씀을 듣고선 '배울 게 많은 선수니까, 부진하면 다시 2군으로 가서 더 배우면 된다'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확실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칭찬과 조언은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형종은 15일 올스타전에서 9회말 좌월 솔로 홈런을 쳤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