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터널 참사 1년…졸음운전 대형사고 '악몽'은 여전

입력 2017-07-16 10:07   수정 2017-07-16 11:03

봉평터널 참사 1년…졸음운전 대형사고 '악몽'은 여전

최고 형량 고작 '금고 5년'…미약한 처벌이 안전불감증 초래

'도로 위 흉기' 정비 불량 대형차량도 여전히 국민 안전 위협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지난해 7월 17일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친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5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 지 꼬박 1년이 지났지만, 졸음운전 대형사고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다.

당시 사고를 계기로 버스 운전자의 과로 운행 방지 대책을 비롯해 전방충돌경고장치(FWCS),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차로 이탈경고장치(LDWS) 의무 장착 등 각종 대책이 모색됐다.

그러나 일부 대책만 보완됐을 뿐 대부분 구호에 그쳤다.

그사이 날벼락과도 같은 졸음운전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잊을 만하면 발생,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 봉평터널 참사가 경종 울렸지만…졸음운전 해마다 113명 숨져

1년 전인 지난해 7월 17일 오후 5시 54분. 강원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180㎞ 지점 봉평 터널 입구에서 5중 추돌 사고가 났다.

시속 91㎞로 달리던 관광버스가 앞서 운행하던 K5 승용차 등 차량 4대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당시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38명이 다쳤다.

20대 여성 4명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용돈으로 1박 2일간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상경길에 오르다가 변을 당했다.

관광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원인이 된 이 대형 참사는 사고 순간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졸음운전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졸음운전 대형 참사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불과 10개월여 뒤 봉평 터널 참사의 판박이와 같은 고속버스 졸음운전 사고가 났다.

사고는 지난 5월 11일 오후 3시 28분께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 둔내 터널 인근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173.6㎞ 지점에서 발생했다.

시속 92㎞로 운행하던 고속버스가 앞서 가던 승합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60∼70대 노인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났다.

달리던 속도 그대로 앞선 차량을 추돌한 버스는 20∼30m를 더 진행하고서 멈춰 섰다.


사고 버스 내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는 버스 운전자가 사고 전부터 하품을 하고 몸을 비트는 등 졸음을 쫓기 위한 행동을 한 것을 확인됐다.

결국, 이 사고도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사고 지점도 봉평 터널 사고 지점에서 불과 6∼7㎞ 떨어진 곳이었다.

이 때문에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둔내 터널 구간은 대형 교통사고가 잦아 '마의 구간'이라는 악명을 사고 있다.

봉평 터널 참사 1년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지난 9일 오후 2시 40분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또 졸음운전 사고가 터졌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졸음운전 대형 참사로 주말 나들이를 나섰던 50대 부부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현장에서는 버스의 제동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버스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 졸음운전 사고는 1만2천539건으로 566명이 숨지고 2만4천845명이 다쳤다.

해마다 2천507건의 졸음운전 사고로 113명이 목숨을 잃는 셈이다.


◇ 법정 최고 형량이 '금고 5년'…도로 위 흉기 '여전' 안전 위협

1년 전 꽃다운 나이의 20대 딸 등을 잃은 봉평 터널 참사 피해자 유족들은 법정에서 또 한 번 울분을 토했다.

사망 4명을 포함해 42명의 사상자를 낸 봉평 터널 사고 관광버스 운전자가 금고 4년 6개월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금고 4년을 선고한 1심보다 늘어난 형량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징역형이 없고 벌금이나 금고형으로만 처벌한다. 법정 최고형은 금고 5년이다.

당시 피해자 유족들은 4명이 생사를 달리하고 38명이 다친 대형 참사를 낸 운전자의 형량이 금고 4년 6개월이라는 현실에 허탈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심각하고 중대한 졸음운전 사고 결과를 고려할 때 턱없이 미약한 처벌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7일 오후 2시 35분께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방면 54.7㎞ 지점에서 갓길 청소를 하던 근로자 4명을 숨지게 한 화물차 운전사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되기도 했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솜방망이 처벌은 자칫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엄한 처벌을 통해 졸음운전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도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봉평 터널 참사 이후 대형 버스의 졸음운전을 막고자 첨단 전자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나 역부족이다.

다만 신형 제작 대형차량에 국한했던 자동비상제동장치와 차로 이탈경고장치 장착 의무화를 이번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를 계기로 차로 이탈경고장치는 기존 차량으로 의무 장착을 확대했다.

그러나 졸음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다른 안전장치의 장착 의무화는 기존처럼 신차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도로 위 흉기'로 불리는 정비 불량 대형차량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지난 10일 오후 6시 30분께 경기 여주시 강천면 영동고속도로 강천터널 인근에서 고속버스와 SM5 승용차가 충돌, 승용차에 타고 있던 2명이 사상했다.

사고 직후 경찰은 강릉에 있는 사고 버스 운수업체를 전격 압수 수색을 했다.

사고 버스의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된 점을 토대로 정비 불량 여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졸음운전과 정비 불량으로 인한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집중단속을 벌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며 "첨단 시스템의 장착 의무화와 강력한 처벌을 통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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